1400의 저주? 국내펀드 "나 떨고 있니"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9.07.21 09:35

1400선 돌파 때마다 환매 반복…1500 돌파시 압력 더 세질듯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오르면 그 분(펀드 환매)이 찾아오신다?'

올 들어 처음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오른 지난 5월 이후 펀드 시장에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도달 때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 때마다 코스피지수는 번번이 상승탄력을 잃고 1300선으로 주저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신권에서는 '코스피 1400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스피 1400선=펀드 환매' 공식화
'코스피 1400의 저주'는 올 들어 처음 1400선에 도달한 지난 5월 7일을 이틀 앞두고 시작됐다. 당시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5일간 계속됐고, 이 기간 총 1544억원(상장지수펀드(ETF) 제외)이 빠져나갔다. 이틀 후 코스피지수는 1400선을 내주고 말았다.

5월 19일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두 번째로 1400선에 오르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또 다시 환매가 발생했다. 20일부터 시작된 펀드 환매는 4일간 이어졌고, 코스피지수는 다시 1300선으로 밀렸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총 2733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세 번째로 1400선을 넘은 6월1일 전후에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여지없이 환매가 쏟아졌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5일간 계속됐고, 코스피지수 1400선은 '3일 천하'로 끝났다. 당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최단 기간 가장 많은 6669억원이 빠져나가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코스피지수가 네 번째 1400선에 오른 6월10일에도 바로 전날부터 5일간 환매가 터지면서 1400선이 무너졌고, 7월1일 코스피지수가 또 다시 1400선에 오르자 2일부터 7일 연속 환매가 쏟아져 또 다시 1400선이 붕괴됐다.

이와 관련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 1400선이 무너진 것이 전적으로 펀드 환매 때문은 아니지만 증시수급에 일정부분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지수하락에 일조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금회복ㆍ차익실현 욕구의 합작품
코스피지수 1400선에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집중되는 것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원금회복 때마다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어서다. 여기에 연초 저가매수에 나섰던 일부 펀드 투자자들까지 1400선을 차익실현 시점으로 정하고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오르면 지난 2007년 유입된 상당수 적립식펀드가 원금을 회복하고, 거취식도 손실폭이 크게 줄어든다"며 "지난해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원금회복을 전후로 집중적으로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연초 저가매수에 나섰던 펀드 투자자들 중에서도 차익실현성 환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실현보다는 원금회복에 치중하는 것은 펀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여전히 증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투자자들이 여전히 증시전망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환매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엔 저주가 풀릴까
코스피지수는 지난 15일부터 올 들어 여섯 번째 1400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외국인과 함께 기관들도 매수세에 동참하는 등 쌍끌이 장세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스피 1400선의 저주'는 여지없이 작동한 상태다. 지난 16일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또 다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16일에는 88억원이 순유출됐고, 17일에는 580억원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코스피지수가 1400 박스권을 탈출, 1500선에 진입하더라도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압력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여전히 환매 대기자금이 많아 지수 상승 때마다 환매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해 투자심리가 개선될 경우 신규 투자자금 유입으로 환매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후정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리먼 사태이전까지 40조원이 넘는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 몰렸다"며 "이중 상당수가 원금회복을 전후해 빠져나간다고 가정하면 지수가 오를 수록 환매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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