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들어가서 또 다시 반독재투쟁을 같이 하는 등 노 대통령과 저는 참으로 연분이 많습니다. 당도 같이 했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그리고 북한도 교대로 다녀왔습니다. 이런 걸 가만히 보니까 전생에 노 대통령과 저하고 무슨 형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7월 11일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연설한 내용이다. DJ와 고 노 전 대통령은 대립과 동반을 거듭하면서도 정치적 지향점은 함께 나눴던 곡절 많은 인연을 만들어 왔다.
둘의 인연은 적대적으로 시작됐다. 대선 패배 이후 은퇴했던 DJ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정치에 복귀하자 노 전 대통령은 '3김 정치' 비판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2년 뒤인 1997년 DJ가 '대선 4수'를 강행할 때 노 전 대통령은 영남 정치인 중 유일하게 그의 편에 섰다. 이에 DJ는 노 전 대통령을 1998년 보궐선거(서울 종로)에 당선시키고,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데도 DJ는 암묵적으로 지원했다.
두 사람이 다시 관계가 틀어진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다. DJ가 평생의 업으로 이뤄놓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노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훼손되기 시작했다. DJ는 당시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구속수감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등을 거치면서 결별하기도 했다.
이처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둘 사이는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큰 줄기에서 줄곧 정치적 동반자 관계였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DJ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누구보다 애통해 했다.
이처럼 닮은꼴이면서 각별한 인연을 지닌 DJ와 노 전 대통령. 그들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도 동반자임을 확인하듯 비슷한 시기에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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