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통화에 감춰진 재무지표 '상처'

더벨 김동희 기자 | 2009.07.17 07:01

[해운사리포트:현대상선편]②업계 최대 차입금, 현금흐름 적신호

이 기사는 07월15일(14: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말 300%에서 연말엔 189%로 뚝 떨어졌다. 최악의위기 상황에서 재무지표가 오히려 개선된 것.

그러나 이는 새로 도입된 기능통화제도의 착시효과라고 할 수 있다. 회계 변경으로 장부상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오히려 짜임새 있게 돌아가던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입금이 사상 최대로 늘고 고정지출 부담이 커졌다. 당장은 버티기 전략이 가능하겠지만 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기능통화 영향 재무지표 '안정'

현대상선은 기능통화제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특히 자기자본이 해운사 가운데 가장 많이 늘었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8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익의 6.6%에 불과했다. 반면 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말 1조7769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8582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가했다.

기능통화로 외화차입금의 외화환산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보유 자산의 표시통화환산이익(자본)은 늘었기 때문이다. 기능통화제도하에서 장부상 선박가치는 취득시점의 기능통화(달러)로 고정 하지만 표시통화로 환산할 때는 현재 환율을 적용해 자본(기타포괄손익)의 증감을 일으킨다.

현대상선이 기능통화제도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것은 그 동안 선박과 용선 등의 보유자산을 큰 폭으로 늘린 영향이 컸다.

환율은 낮고 선박값이 최고치를 경신하던 호황기에 투자한 선박의 가치가 환율 상승으로 더 커지면서 자본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상선의 선박과 건설중인 자산은 지난 2006년 2조8925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8298억원으로 늘더니 올 3월말 5조2357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입금 5조 '훌쩍'···용선 규모 커 현금흐름 부담


그러나 실질적인 재무상태는 겉으로 나타난 지표와 다르다. 차입금은 업계 최고 수준이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60%에 육박한다.

현대상선의 차입금은 지난 2007년말 3조2716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8998억원으로 늘더니 올 3월말에는 5조179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부분 용선계약으로 이뤄졌지만 지난 2007년 말 이후 30여척의 선박을 발주(용선포함)한 영향이 컸다. .

이 같은 차입금은 경기침체로 해운업황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재무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단기차입금은 증가하는데 현금성 자산은 줄고 있다. 실제로 1년내에 갚아야할 차입금은 지난 2007년 4308억원에서 올 3월말 6259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8752억원에서 7112억원으로 줄었다.

다행히 올해 외환은행에 빌린 597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제외하면 회사채와 장기 미지급금이 대부분이어서 상환압박이 크지는 않다. 만기 분산도 잘 이뤄져 있는 편이다.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미지급금 포함)에 대한 현금성자산 비율 역시 113%로 안정적이다.

업황이 장기간 회복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큰 용선비중은 현금흐름을 압박할 수 있다. 물동량 감소로 선박은 일은 하지 못하지만 용선료 등 고정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2011년 3월말까지 매년 6200억원 가량의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

해운업계와 증권가에선 해운업황의 단기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물동량의 본격 회복도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실적도 지난 1분기 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영업적자가 불가피하고 연내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은 비교적 유동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편이지만 영업손실이 장기화할 경우, 차입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라며 "2분기 BDI지수가 상승해 실적 개선이기대되지만 여전히 적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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