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단 한푼도 헛되지 않게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09.07.16 12:13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331억여 원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이 자금을 자본자산으로 하는 청계재단이 최근 설립됐다. 이 재단은 청소년 장학과 복지를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청계재단 설립은 사회지도자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봐야 할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실천이 우리 사회지도층의 기부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를 기대해본다.

개인 기부활동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기업 특히 대기업의 경우 사회의 주요구성원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즉, 사회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자원과 전문성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모든 기업들은 뼈를 깎는 자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경제위기로 인해 더욱더 큰 어려움에 처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도와주려는 기업의 뜻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경련이 작년 6월과 12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7% 이상이 사회공헌활동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릴 생각이라고 답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개인의 기부활동이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냥 돈만 내면 되는 것일까. 세계적인 완구업체 하스브로의 CEO 앨런 하센펠드의 말을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는 기부활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성대한 자선디너를 싫어한다. 정작 돈이 쓰여져야 할 곳에 가지 않고 식사하고 행사하는 데 돈이 쓰여지기 때문이다. 둘째, 기부한 돈이 낭비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기부된 돈이 단 1페니라도 제대로 쓰여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그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기부하는 것을 미루면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기부를 미루고 있는데 그 생각은 대단히 잘못 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에게 "지금은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 그런데 몇 년만 기다려 주겠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의 첫째와 둘째 생각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기업의 홍보를 위해 생색내는 것보다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좀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성공여부는 단순히 어느 정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느냐를 넘어서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한 사회공헌철학을 지니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공헌활동 전 과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의 세 번째 강조점에서 우리가 공감하는 바는 모두가 어려울 때 더욱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형편이 좋을 때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다가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사회공헌활동을 바로 줄이면 지금까지 행한 공헌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한번 의심받고 추락한 활동의 명성을 되살려내기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시기가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끝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공헌활동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 기업, 정부 등이 함께 모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공동의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 푼의 돈도 헛되이 쓰여지지 않고 제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노력할 때, 개인기부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