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상한' 동거···"네 탓이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09.07.16 11:45

"사상 최악의 국회", "봉숭아 학당보다 못한 국회"···비난 여론 봇물

6월 임시국회 회기일을 75일이나 넘겨 국회 문을 연 여야가 '본회의장 동시 점거'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이상한 동거를 시작했다. 그것도 제헌 61주년을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다.

여야의 어색한 동거는 '본회의장에서 동시에 퇴장하자'는 서로의 약속을 믿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양당은 민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점거의 변을 대신했지만 그 선택을 단행한 속내는 딴판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서라는 논리로 무장하며 지루한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농성을 하는 이유는 법안이 정상적으로 표결처리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오히려 "언론에서 마치 두 당이 농성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 참으로 당혹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를 막기 위해 폭력 점거를 하는 것이지만 여당은 민주당의 폭력을 막아 미디어법이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란 말이다.

반면,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제 본회의를 마치고 퇴장할 생각이었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이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상임위별로 장기 본회의장을 점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서 야당으로선 도저히 본회의장을 빠져 나올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 농성하는 이유는 언론악법과 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 해 날치기를 시도하기 위해서"라며 "이를 막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18대 국회=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 직원이나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가득하다. 지난 17대 국회를 경험한 한 의원실 보좌진은 "정말 사상 최악의 국회인 것 같다"며 "정치는 없고 몸싸움 같은 저질 행태만 난무한 국회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당직자도 "바보들이 모인 것도 아닌데 국회가 '봉숭아학당' 수준도 아니고···"라며 "어디 가서 국회에서 근무한다는 말도 창피해서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본회의장 점거 농성 해제를 촉구할 예정이지만 양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의장실 관계자는 "제헌절이라는 국회의 가장 큰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본회의장 안에서는 농성을 하고 그 바로 앞에서는 기념식을 하는 모습이 연출돼선 안되지 않겠느냐"며 "국회가 더 이상 '봉숭아학당'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가 제헌절인 17일을 넘겨 본회의장 농성을 이어갈 경우 회기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지루한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또 한 번의 국회 폭력전이 펼쳐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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