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규제 1주일 은행 영업점에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 2009.07.15 16:45

고객·상담건수 상당 감소, 강남 3구 등은 여전

“최근 집값 상승이 상당했고,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현장에 전달되고 있다"(우리은행 지점장)

"여름철 비수기에 맞춰 대책이 나온 영향인지 투기수요 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대출신청도 상당히 줄었다"(신한은행 지점장)

◇사라지는 홍보전단지=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축소한 지 일주일이 지난 15일 은행 창구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주택대출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입구에 걸려있던 '주택대출 홍보 전단지'를 전세대출이나 정기예금, 신용카드 등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는 영업점이 상당했다. 정부의 억제책이 은행 창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택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들도 크게 줄었다. 상반기 주택대출에 주력했던 은행들이 하반기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으로 선회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비수기를 앞두고 시행된 탓에 대출억제 효과가 배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은행 여의도지점 직원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대출신청이나 문의건수가 감소한 건 사실"이라며 "이달에 취급된 신규대출도 비수기 때문인지 상반기 평균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잠실역지점 관계자 역시 "지난 일주일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비수기라 꾸준하게 대출 상담이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감원이 내놓은 수치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월평균 3조1000억 원씩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외형 확대 경쟁에 나섰던 2007년 월 평균 증가치 2조80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이달 7일부터 LTV 규제 시작된 탓인지 대출 수요가 줄었다. 올 6월 한 달간 은행권 주택대출은 일평균 1747억 원 증가했지만, 7월 1일부터 10일까지 1308억 원으로 25.1% 감소했다. 비은행권 역시 같은 기간 310억 원에서 188억 원으로 39.4% 줄었다.


◇"필요하면 받는다"= 대출이 꼭 필요한 고객은 규제 여부와 관계없이 돈을 빌려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대출 담당 직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바쁜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 상계동지점 관계자는 "상담만 받고 그냥 돌아가는 고객과 문의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은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언제든 대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도 "상담창구에 온 고객들은 LTV가 50%로 줄어든 상황에 전혀 놀라지 않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책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강남3구 등 투기지역도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반포지점 관계자도 "투기지역이라 LTV와 무관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대출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 주택대출과 관련해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LTV 규제강화 효과를 따지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체적으로 주택대출 수요가 준 것은 사실이나, 본격적인 추세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종창 금감원장이 "전체적인 숫자만 놓고 볼 때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은행 영업점 직원은 "강남권 점포의 경우 대출상담 및 신청고객 뚜렷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LTV 한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하락이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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