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기업 구조조정 비상체제종료 선언"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7.15 15:44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15일 마이크 앞에 섰다. 86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C등급(워크아웃) 77개, D등급(36개) 등 113개사가 선정됐다는 게 전부였다. 앞으로 11월까지 2차례 추가 평가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일단 분위기가 달라졌다. 4-5월만 해도 "엄중 책임"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점검" 등의 말이 주였다. 경기 회복기에 기대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기업과 은행을 향한 압박도 다반사였다.

헌데 이날은 달랐다. 김 원장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하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위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예대율, 유동성 관리 등을 거론했다.

반면 상반기 주테마였던 '구조조정'은 입에 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사실상 구조조정 종료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벤트 같은 구조조정은 이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비상 체제로 전환됐던 게 다시 상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국의 방향 전환인 셈이다.


배경으론 우선 상반기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는 점이 꼽힌다. 1월 건설 조선사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주채무계열 평가, 9개 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33개 개별 대기업 구조조정 추진, 131개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 선정 등 숨가쁘게 달려온 행보에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는 것.

김 원장이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듯 하고 실물부문 자금 사정도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론 당국 주도의 구조조정이 또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당국 관계자는 "건설업종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유는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으로 당국과 채권단이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국이 자금의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B등급을 받은 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는데도 채권단이 당국 눈치를 보느라 C등급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자금을 수혈해주는 예도 적잖다. '엄중 책임'이란 엄포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향후 방향은 상시 구조조정 체제 하에서 '사후 관리'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마지막주로 예정된 '현장 점검'도 책임 추궁보다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 재가동을 위한 액션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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