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한국형 유니클로' 전략, 통할까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7.15 14:42

SPA 시장에 '토종' 이랜드 출사표 "SPAO 출시, 2011년 유니클로 추월"

제일모직과 1,2위를 다투는 국내 최대 패션업체 이랜드가 '한국형 유니클로'를 표방하며 SPA 시장 진출을 선언, 사업의 성공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사진)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년간 축적한 패션사업의 역량을 모아 SPA브랜드 'SPAO'를 오는 10월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SPAO는 소재와 품질은 유니클로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은 유니클로의 80% 선이 될 것이라고 박 부회장은 강조했다.

SPA는 패션업체가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는 사업 방식으로 미국의 '갭',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등이 대표적이다. SPA브랜드는 막강한 자본력과 중앙집중식의 체계적 관리 시스템으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 이른바 '패스트패션'으로도 불린다.

2005년 유니클로(일본)를 시작으로 2007년 갭(미국), 바나나리퍼블릭(미국), 2008년 자라(스페인), 포에버21(미국), 2009년 망고(스페인), H&M(스웨덴)까지 대형 글로벌 SPA 브랜드가 최근 몇 년간 앞 다퉈 국내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박성경 부회장은 "거대한 자본력과 디자인 노하우를 결합한 해외 글로벌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토종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세계를 겨냥한 대표 SPA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SPAO브랜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저가의 다(多)브랜드 전략과 가두점 위주의 유통 전략을 취해온 이랜드가 SPA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패션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랜드는 1980년대부터 이랜드(E-LAND), 브렌따노, 언더우드, 헌트 등 중저가 브랜드를 프랜차이즈 방식의 가두점 유통을 통해 선보이며 성장 기반을 닦은 업체다. 그런 만큼, 대량생산 및 직영 유통방식의 SPA모델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게 이랜드의 내부적 판단이다.

이랜드는 기존 총 90여 개의 의류브랜드 운영 노하우와 1000여 명의 디자이너, 선진 물류시스템을 바탕으로 SPA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SPAO는 SPA에 'Original, Ok, Oasis'의 뜻이 담긴 'O'로 덧붙여 지은 브랜드로 무난한 디자인에 아동부터 중장년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복종을 선보이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이랜드는 우선 '패션1번지'로 통하는 명동에 1000여평 규모의 대형 SPAO매장을 열고 연내 강남 등에 3~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신생 브랜드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대형 연예기획사 인 SM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은 점도 눈에 띈다.


이랜드는 SM엔터테인먼트와 51대 49의 지분 비율로 자본금 5억원 규모의 스타마케팅 합작회사 'STAO'(가칭)를 설립, 패션사업 부문에서 상호 제휴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PAO브랜드에 '소녀시대 라인', '슈퍼주니어 라인' 등을 선보여 SM사단의 대표 스타를 '패션아이콘'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는 한류스타들의 주 무대인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한다는 복안도 담고 있다. 박성경 부회장은 "유니클로가 국내에 진출한지 5년째 됐다"며 "2011년이면 국내 시장에서 유니클로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뉴코아강남점 및 가산동 사옥을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자산 유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대해 박 부회장은 "유통점을 더 늘려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중국 패션 유통 사업 진출에 관해서도 연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홈에버' 매각 이후 본업인 패션·유통사업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말이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SPA 사업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하고 조기에 시장에 연착륙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SPA 사업은 가맹사업과 달리 직영체제의 유통방식인 만큼,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후아유 등 기존 이랜드 브랜드와 신규 SPAO간의 차별화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세계적인 명성을 업고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후아유, 베이직하우스, 지오다노, 철수한 아이겐포스트 등 나머지 유사한 콘셉트의 브랜드는 갈수록 고전하고 있어 SPAO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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