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희망근로상품권' 떠안은 사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07.15 08:19

'자발적' 위탁처리 발표에도 속으로 끙끙

은행권이 '희망근로상품권'의 위탁처리에 '자발적'으로 나서기로 했으나 속내는 불편한 듯하다. 경제취약계층을 돕자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사실상 '탁상행정'의 수습 역할을 맡았다는 측면에서다.

은행연합회와 서울시는 14일 서울지역 희망근로상품권 취급처를 우리은행 1곳에서 농협·신한·SC제일·하나·기업·국민·외환·한국씨티은행 등 9곳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이외 지역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금고은행이 맡는다.

'희망근로상품권'은 행정안전부가 올 6월 시작한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다. 공공근로를 통해 경제취약계층에게 2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후 이들에게 임금의 30∼50%를 지급해 지역내 재래상권도 활성화한다는 취지였다. 상품권은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 유흥주점 등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재래시장과 주거지역 상가가 이 상품권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상품권 소지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부 지자체는 '상품권 매입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민원은 계속됐고 행안부는 해결방안으로 홍보 강화를 고려하다 비용과 시간적 제한이 많다고 보고 취급 은행을 확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는 은행들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부담이 됐다. 결국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고 은행들은 이날부터 상품권의 현금화를 무보수로 처리해주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요청을 받은 은행연합회가 은행 실무자들과 밤샘작업을 통해 1주일 만에 업무처리 방안을 만들어냈다"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사회봉사 성격도 있지만 당국도 배려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은행들은 경제위기 여파로 신규 채용을 취소한 데다 영업점 인력까지 감축하는 형편이어서 이번 상품권 취급이 추가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상품권 발행에도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애초 정부가 상품권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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