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ㆍ대한해운, 확연한 실적격차 '왜?'

더벨 황철 기자 | 2009.07.14 07:00

[기업재무분석]벌크선 비중 90% '닮은꼴'…장·단기 용선 비중에 '희비'

이 기사는 07월13일(08: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팬오션·대한해운은 벌크선종에 집중한 단순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두 곳 모두 매출액의 90% 이상을 벌크선 영업으로 창출한다.

매출처가 분산돼 있지 않다보니 선종별(특히 벌크선) 시황 변동에 유독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연말 이후 물동량·운임 하락 등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실적과 재무상황은 비슷한 경영 방식에도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용선 계약의 장·단기 비중차가 경기 대응 능력의 차별화로 이어지며 벌크 중심해운사의 실적을 갈랐다.

대한해운 장기용선 90%, 업황 변동 민감

국내 벌크선사들은 지난해 연말 이후 해운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STX팬오션·대한해운은 수년간 영업호조로 벌크선박 용선·건조계약을 크게 늘려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견돼 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지표만으로는 이들의 대응 능력에 큰 차이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STX팬오션은 그나마 양호한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하며 시황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대한해운은 대규모 적자, 현금흐름 악화에 봉착하며 사업 안정성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는 해운업의 주축이 되는 용·대선 계약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해운사들은 상당수준의 수익을 배를 빌려(용선) 이를 되빌려 주는(대선) 용·대선 마진으로 창출한다.대형 해운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30% 정도가 이 같은 대선영업에서 발생한다.

STX팬오션은 대부분 1년 이하 단기로 배를 빌려(용선) 대선영업에 나선다. 이 때문에 해운 시황 변화를 보며, 용선 계약 연장 여부를 유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요즘처럼 시황 악화로 대선영업이 부진할 경우, 용선 계약 해지로 선박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운용선박을 줄여 불필요한 용선료 지출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보수적 선대운용은 벌크선 물동량·운임 하락에도 실적 저하를 최소화하는 방편이 됐다.


하지만 대한해운 경우 장기용선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 높다. 따라서 대선 영업이 부진할 경우 수입없이 용선료만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말 이후 용·대선영업에서 역마진이 발생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은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묶여 있는 배가 실적 갈랐다"

실제로 STX팬오션·대한해운의 최근 실적은 용선계약 구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STX팬오션은 해운시황 악화가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 13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대 해운사(한진해운·현대상선·대한해운·SK해운 포함)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올 1분기 3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SK해운(488억원)을 제외하면 실적 악화의 폭이 가장 적었다.

반면 대한해운은 시황 변동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한해운의 1분기 영업이익은 -1498억원으로 한진해운(-2493억원) 다음으로 적자 규모가 컸다.

수익창출의 가변성을 나타내는 에비타마진율(EBITDA/매출액) 역시 -20.6%(1분기)로 업계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STX팬오션의 경우 1분기 에비타마진율이 -1.5%에 불과해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X팬오션·대한해운 모두 해운업황 부진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벌크선 중심 해운사지만 경기 대응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며 "대한해운의 경우 수년간 업황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장기용선계약을 지나치게 늘려 재무구조 악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STX팬오션은 선대운용을 단기적으로 매칭시키며 시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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