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시교육청은 '양치기 소년'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7.21 11:42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정말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철회하기로 한 '부조리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에 대해 교육계 한 인사가 뱉은 쓴소리다.

시 교육청은 지난 5일 촌지수수 등 소속 공무원의 부조리 행위를 신고하는 시민에게 최고 3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입법예고했다가 1주일도 안 돼 철회했다.

시 교육청의 해명처럼 입법 취지는 좋았다. 공무원들의 부조리를 근절하고 청렴성을 높이겠다는 데 반대할 이가 누가 있을까. 문제는 정책의 내용과 수립과정이었다.

촌지수수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무차별적이고 악의적인 고발, 대다수 청렴한 공무원의 사기 저하 등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모를 리 없는 시 교육청이 덜컥 포상금 지급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예상 밖에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교원단체 등 정책 이해당사자와 사전협의도 없었다. 교원단체의 반발이 없다면 더 이상할 정도였다.

시 교육청의 '아니면 말고' 식 정책 번복은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맑은 서울교육 추진계획'을 마련하면서 비위 교원의 명단공개를 추진한다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학원 심야교습 허용 문제도 '1시간 연장→24시간 허용→현행 유지→1시간 연장 재추진→철회' 등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을 보여줬다.

국제중 설립 허용 과정에 있어서도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던 '학원 적정수강료 산출시스템'은 시행 한 번 못해보고 개발비용만 날린 채 유야무야됐다.

1990년대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이 많이 높아졌다. 대졸 학부모가 많이 늘었고 교사도 석·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이 많다.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수준은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근본적이고 창의적인 고민 없이 구태의연한 정책만 즉흥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 교육청의 이러한 안일함은 각 교육주체들의 갈등을 초래함은 물론 전체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수도 서울의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라도 즉흥 행정에서 벗어나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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