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채권이 '금값'인 이유

더벨 황철 기자 | 2009.07.10 10:28

'성장보다 안정' 우호적 평가… 계열사 채권 한 등급 상향 대우

이 기사는 07월08일(12: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LG그룹 계열사 채권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발행기업 모두 자기신용등급 민평 수준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유통에 성공하고 있다. 우수한 그룹 재무구조와 핵심 계열사(전자·화학)의 탄탄한 영업기반이 긍정적 평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

특히 LG는 성장보다 안정에 주력해온 보수적 그룹으로 알려져 있어 크레딧 시장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M&A 등 특별한 신용이슈 없이 시장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는 평판이 그룹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

그동안 그룹 규모 대비 채권 발행량이 적었다는 점도 금리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년간 채권 발행 계열사 수나 절대량이 많지 않아 자산운용사 등에서 인수할 수 있는 한도가 충분하기 때문. 올 들어 LG 계열사 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했지만 안정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계열사 민평금리 등급 최하 수준

현재 채권평가사의 금리산정 대상이 되고 있는 LG그룹 계열사는 11개 정도(KIS채권평가 기준)다. 이들 중 민간평가금리가 자기 신용등급 기준치보다 높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3년물의 경우 크게는 26bp까지 차이가 나고, 한 등급 이상 높은 대우를 받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LG화학·LG하우시스는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AA0)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채권 3년물 민평 금리(6일 기준)는 각각 5.00%, 5.04%로 AA0 평균(5.21%)보다 20bp, 16bp 낮다.

한 등급 위인 AA+(5.05%)보다도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최고 신용등급인 AAA(4.95%)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AAA급 기업 중 신한·우리·하나·KB금융지주 등의 민평금리는 5.15~5.18%로 이들보다 10bp 이상 높다.

AA-군에 포진해 있는 LG(5.34%)·LG전자(5.14%)·LG생활건강(5.37%) 민평금리 역시 자기등급(5.40%)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그룹 전자부문 핵심 계열사답게 한 노치 위인 AA0 등급(5.21%)보다도 7bp 낮게 평가수익률이 결정되고 있다.

LG그룹의 후광은 통신계열 3사(LG텔레콤·파워콤·데이콤)·LG디스플레이·실트론 등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위기에도 신뢰할 수 있는 그룹"

A+등급에는 가장 많은 그룹 계열사(LG텔레콤·파워콤·데이콤·LG디스플레이·LG생명과학)가 속해 있다.

이중 통신계열 3사 민평금리는 5.35~5.37%로 A+등급 5.61%보다 25bp안팎의 차이가 난다. 가격면에서 한 등급 위인 AA-(5.40%)보다도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LG텔레콤은 지난 1일 한신평으로부터 AA- 평가를 받으며 유효등급 상향의 발판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 내 가장 열악한 재무구조를 지녔지만 채권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이들 채권의 민평금리는 5.47%로 자기등급 대비 14bp 차이가 난다. LG생명과학은 6일 신용등급이 상향되며 A+대열에 신규로 진입했지만 5.61%의 평가를 받으며 자기등급 기준과 동일한 수준에 올라있다.


반면 실트론은 지난달 A0로 등급이 떨어지는 악재를 맞았다. 하지만 자기등급(5.91%)보다 20bp 낮은 5.71%의 평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룹 전체적으로 특별한 신용이슈 없이 양호한 실적과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금리 안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자·화학 부문은 핵심 사업군답게 탄탄한 시장기반으로 그룹 전체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던 통신 부문 역시 최근 신규투자를 줄이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성장보다는 안정성에 주안점을 둔 경영 방침이 크레딧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LG의 경우 삼성·롯데처럼 보수적 경영에 주력해 온 그룹이라 위기 상황에서도 크레딧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그룹 전체적으로 탄탄한 시장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M&A·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 집행이 이뤄질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 발행 적었던 점도 수급 안정 기여

또 그동안 채권 발행량이 많지 않아 운용사 등에서 인수할 수 있는 물량 한도가 넉넉하다는 점도 수급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LG그룹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5529억원에 불과하다. 그룹 전체 발행량을 모두 합쳐도 SK에너지(1조2606억원)·대한항공(1조909억원) 등 몇몇 대기업 1개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발행한 LG 계열사 채권 중 일부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낮은 금리에서 발행이 결정됐다"며 "하지만 그룹의 우수한 재무구조·현금창출력·지원의지 등이 투자 안정성을 높여 유통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발행물이 적어 자산운용업계에서 담을 수 있는 한도 역시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G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조2500억원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6개월만에 지난해 연간 발행량(5529억원)보다 2배 이상(226%) 많은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발행 기업수도 지난해 5개사(LG·LG화학·LG데이콤·LG파워콤·LG생명과학)에서 올해 10개사로 늘어났다. LG전자·LG CNS·LG마이크론·LG이노텍·실트론 등 전자부문 계열사(5개사)가 모처럼 채권 시장에 진입했고 LG상사·서브원 등도 발행 대열에 동참했다.

LG화학·LG데이콤·LG파워콤은 지난해보다 100~300% 이상 발행량을 늘이며 조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결과 LG그룹은 상반기 주요 대기업군 중 10번째로 많은 채권 발행량을 나타내고 있다.

발행금리 역시 시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민평기준 자기등급 수익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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