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방황'…식물국회의 현주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7.09 14:51

취임 1주년…국회내부 개혁은 성공적, 정당정치 '중재역'은 실패

이달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이 여야 양쪽의 비판에 직면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국회의장의 '방황'이 여야간 끝없는 대립과 파행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국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장으로서 '식물국회', '무능국회'에 이어 '반서민국회'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

한나라당 한 재선의원은 9일 "비정규직법안을 놓고 여야 대립 속에서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국회의장이 고유 권한인 직권상정에 대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제아무리 처리를 위해 애를 써도 의장 선에서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이에 맞서 "김형오 의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여당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왔다"며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소신과 원칙을 당당하게 밝히며 파국을 정면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비정규직법안과 미디어법안 등 6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실력저지 방침을 밝혀 국회의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김 의장은 취임 이후 국회 운영 시스템의 개혁 등에서 이전 의장과 차별화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독 여야간 대립과 반목에 대해서만큼은 '회색'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제18대 국회의 핵심과제로 '개헌'과 '국회개혁'을 천명했고 이를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장 자문기구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와 '헌법연구 자문위'를 꾸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개헌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다소 느슨해졌던 산하 기관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고,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의 조직과 인원을 재배치하는 등 개혁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기능 충실'이란 국회의 핵심과제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김 의장의 선출부터 실타래가 잘못 꼬였다는 분석이다. 18대 국회는 헌정 60년 사상 처음으로 임기 개시 후 첫 임시회 회기에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했고 42일만에야 의장을 선출했다. 김 의장은 선출된 뒤 한달 보름만에 겨우 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지었다.

김 의장의 시련에 대해 "여야간 정쟁과 극한대결이 워낙 심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동정어린 시각도 있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직권상정을 통해 쟁점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12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감세법안 등 예산 부수법안 13건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했다. 올 4월말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주공·토공 통합법안)과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역시 직권상정해 처리했다.

비정규직법안의 처리와 관련해 김 의장은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루빨리 유예안을 통과시켜 대량 실업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동조하면서도 "원래 법안대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도 솔깃한 모양새다.

국회 관계자는 "역대 의장 중 연령이 낮은 의장으로서 임기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며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장으로서 갖는 권한과 책임을 보다 과감하게 펼치며 여야 대립을 최대한 중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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