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개념의 힘(4)-셋업에 대하여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교수 | 2009.07.10 09:40
셋업은 공에게 다가서서 치기까지의 일련의 행위다. 그러니 셋업은 공과 몸과의 관계설정이다. 공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니 내가 움직여서 그 관계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발끝에서의 거리(y축)와 양 발 사이 어디쯤(x축) 공이 놓여져야 하는 가를 정하는 것이 셋업이다.

표준적인 셋업은 있다. 공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가 적당하고 왼발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에 공을 위치 지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이든 책이든 방송이든 스윙에 관한 모든 자료들 속에 너무도 자세히 잘 나와 있다.

그렇지만 ‘표준’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표준적인 셋업이란 표준적인 몸의 상태와 표준적인 스윙을 기준으로 한 공과 몸의 관계다. 프로들이 수십만 번의 스윙을 하고서 얻을 결론이다.

그러니 자신의 몸과 스윙이 표준적이지 않은 사람은 그 모든 자료에 나와 있는 표준적인 셋업, 볼을 몸의 어디쯤에 위치 지울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역설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빨리 눈치채야 한다.

때리는 스윙이 있고 휘두르는 스윙도 있다. 상체를 주로 쓰는 사람이 있고 하체를 많이 쓰는 사람도 있다. 빠른 스윙이 있고 느린 스윙도 있다. 리듬을 타는 스윙이 있고 우악스런 스윙도 있다. 스윙이 각자의 몸 상태를 반영한 결과일 터이니 스윙은 어쩌면 만인이 다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과 몸의 관계설정도 ‘만 가지’가 있어야 한다. 스윙은 변한다. 발전해도 변하고 퇴보해도 변한다. 몸살이 나도 변하고 등산을 하고 와도 변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월요일과 일요일이 다르다. 스윙이 변하면 셋업도 변해야 한다.

잘 치고 있다가 파3 홀에서 공 반 개쯤 뒤를 쳤을 때의 결과는 어떤가? 볼의 비행이 달라지고 날아가는 거리가 20%이상 쉽게 차이가 날 것이다. 그것은 볼 포지션이 공 반 개만 차이가 나도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을 반증한다.


셋업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그것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당치 않은 발상이다. 변하는 것을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에 맞추려 하니 골프가 얼마나 어리석고 힘겨운 노동이 되어버리는 걸까?

물론 변치 않는 스윙과 변치 않는 셋업이 우리들의 이상이긴 하다. 그러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렇지만 변치 않으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듯이 변치 않으려면 가만히 있어서 될 일이 아니라 쉼 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대단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어차피 변치 않는 스윙이 어렵다면 변하는 스윙을 수용하면 어떨까? 약간 비겁해 보이기는 하지만 골프로 목숨 걸 일도 아니고 프로가 될 것도 아니면서 그 정도의 타협은 어쩌면 지혜일 지도 모른다.

공이 놓여질 위치를 발견하면 된다. 공을 치기 전에 바닥을 먼저 쳐 본다. 닿는 지점이 아침 저녁으로 요일 별로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언짢지만 그 지점에 공을 놓으면 된다. 클럽이 닿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공과 클럽이 만나는 자리다.

거기다 놓고서 열 개쯤 공을 쳐 본다. 그리고 어떻게 날아가는 지를 관찰한다. 그게 내 구질이다. 왼쪽으로 날아가면 오른 쪽 보고 오른 쪽으로 날아가면 왼쪽을 좀 보고 안전하게 칠 용기만 있으면 된다. 스코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 내가, 그런 내 스윙과 구질이 싫다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도 변치 않는 셋업이란 요원한 일이지만 노력하는 만큼 변화의 폭이 줄어들 것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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