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에 '죄악세' 부과한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7.08 14:00

세제개편 앞두고 여론 몰이-세수확보 차원 논란 불가피

정부가 담배와 술의 가격을 지금보다 대폭 올리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담배·술에 붙는 세금을 올려서라도 건강에 해로운 담배·술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게 정부가 내건 명분이다.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은 한국조세연구원은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외부불경제(사회 전체에 주는 불이익) 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담배·술에 관한 세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올 가을 세제개편을 통한 담뱃값과 술값 인상에 앞서 국책연구기관들이 전면에 나서 '여론 몰이'를 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감세정책과 경제위기로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서민들에게 부담이 크게 돌아가는 품목의 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죄악세'(sin-tax) 강화론="흡연 및 음주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세율·고가격 정책을 통해 소비억제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술·담배 가격 인상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다.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간접흡연비용 등 5조6396억원, 음주로 인해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음주관련 사고비용 등을 더해 18조98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영호 보사연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건강위해품목의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도록 유인하는 건강친화적 조세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흡연과 음주 폐해 억제를 위해서는 주세와 담배세의 죄악세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행 조세체계는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담뱃값 물가연동제 도입해야=조세연구원은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물가와 연동해서 담뱃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담배소비세 과세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담뱃값은 인상되지 않아 흡연을 간접적으로 장려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바로잡기 위한 방편이다. 물가연동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현재 354원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국세로 담배소비세 신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담배소비세로 전환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술의 경우에도 현재 72%인 주세율을 최소 100%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세연구원은 몇차례에 걸쳐 주세율을 올리거나 한꺼번에 주세율을 인상하는 두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단계적으로 주세를 인상하면 음주억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점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에너지 다소비 품목에 대한 과세 개편방향으로는 에너지효율이 아닌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전략사용량 비중이 높은 대형냉장고와 대형TV, 드럼세탁기 등에 대한 소비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소형가전제품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서민 증세론' 반발 불가피=국민건강 향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간접세 성격인 담배세와 주세 인상으로 담뱃값과 술값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실제 소득상위 1~2분위의 가구당 연평균 담배소비지출액은 11만9000원~13만원인데 비해 3~10분위는 21만4000원~28만9000원으로 고소득자일수록 담배를 적게 피고 있다. 소득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저소득자일소록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셈이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손대기 쉬운 담배세와 주세를 올리려 한다는 비판도 정부로서는 넘어서야 할 '벽'이다.

자칫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와 관련된 세금은 깎아주면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부족한 세금을 채우려 한다는 '부자감세, 서민증세'론이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서민표에 민감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지도 의문이다. 담뱃값과 술값이 동시에 인상될 경우 물가 인상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을 의식해 정부는 "아직까지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뒤로 물러서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제개편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명재 선임연구원은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죄악세를 올리려한다는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4. 4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