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스크바 지하철보다 더 빠르게 더 깊게

파리·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김정태 기자 | 2009.07.08 15:54

수도권 신교통수단 대체 인식 공감..수도권집중화·광역교통통합기구마련 '과제'

경기도가 만성적인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광역급행철도(GTXㆍ대심도 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는 일반 지하철과 달리 지하 40m~50m 깊이의 터널에서 평균 시속 100km이상 고속으로 달리는 철도이다. 경기도는 민간제안사업(BTO)방식으로 총 4개 노선, 12조원이 투자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국토해양부에 승인 요청한 상태이며 현재 타당성조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모델로 프랑스와 러시아의 지하철이 꼽히고 있다.

↑파리 '샤를 드골 에또' 역에 정차한 광역급행철도 'RER'
◇파리 광역급행전철 'RER'..신도시와 도심간 이동을 더 빠르게= 'RER' A노선 오베르역에서 만난 까뜨리네 미셀(37)씨는 파리시 동쪽 외곽 신도시인 마르네 라 발레에 살고 있다. 그의 회사는 파리시 서쪽 신도심지인 라 데팡스. 집과 회사의 거리는 20km 떨어져 있는데다 파리 도심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이 만만찮은 거리이다. 하지만 그는 파리 광역급행전철인 '에르에에르'(RER)를 이용해 40분 만에 출퇴근할 수 있어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RER'의 장점은 일반 파리 지하철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RER'의 표정속도(정차시간 등을 포함한 평균속도)는 일반 지하철 20~30km를 뛰어 넘는 49.5km. 주행속도만으로는 시속 80km이다.

'RER'은 파리 외곽에 신도시가 늘어남에 따라 가중되는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된 광역급행철도이다. A~E 5개 노선 587km구간에 정차역 257곳이며 파리시 지하철 14개 노선과 연계돼 있어 주요 거점과 환승역에만 정차한다.

티에르 랑시에 파리교통공사 RER 담당 직원은 "'RER'은 일반 지하철보다 3배 빠르기 때문에 파리 외곽 5개 신도시와 도심을 잇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바로 파리의 'RER'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완희 경기도 교통건설국장은 "수도권 지하철과 도로 교통 만으로는 한계에 다달았다"며 "이에 허비하는 시간과 돈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급행철도라고 생각했고 3~4개 노선이 개통되면 수도권의 지역균형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승리공원에 위치한 파르크파베디 역의 에스컬레이트를 이용하는 승객 모습
◇러시아 대심도 철도..안전과 환기 걱정 'NO'= 러시아 지하철은 지하 50m이상 파고 내려간 말 그대로 '대심도'(大深度)에서 운행되는 철도이다. 모스크바 승리공원에 위치한 파르크파베디역의 경우 지하 84m에 있다.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126m로 타고 내려가는데만 약 3분가량이 걸린다. 그렇다보니 안전과 환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심도철도 역마다 설치돼 있는 에스컬레이터에는 안전요원과 경찰관이 항시 배치돼 있다. 유사시에는 이들이 비상구조에 나설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화재를 대비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역과 역 사이 터널 250m마다 대피공간이 마련돼 있고 역에는 방독면과 소화기 등을 비치한 별도의 방이 설치돼 있다.


러시아 지하철 역은 파리보다 깨끗하고 공기가 탁하지 않았다. 파리 지하철보다 최근에 지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지하 깊숙이 들어선 만큼 환기에 신경 쓴 노력들이 눈에 띈다.

모스크바 메트로공사의 니콜라이 표도르비치 바부시킨 부사장은 "모스크바 지하철 12개 노선 전체에 460개의 주 환기구가 설치돼 있다"며 "또 노선마다 수직터널이 뚫려져 있어 30초마다 운행되는 열차를 통해 맑은 공기가 유입되고 탁한 공기는 배출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화ㆍ광역교통통합기구 마련 '과제'=파리의 'RER'의 개념과 러시아 대심도 철도 시스템을 접목해 추진 중인 것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다. 이들 나라의 사례를 비쳐봤을 때 수요(경제성), 안전, 환기 등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동아대 이창우 교수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러시아보다 환기와 방재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아주대 최기주 교수는 "광역급행철도 건설 추진을 계기로 수도권 광역교통 행정체계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광역교통청의 설립방안도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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