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와이브로의 명암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 2009.07.08 07:00
지난 3일 포스데이타가 와이브로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와이브로 장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지 5년만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포스데이타가 와이브로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와이브로'는 장래가 촉망받는 신성장사업이었다. 달리는 차속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기술은 선진국의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었고, 오롯이 우리 기술로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 그간 와이브로가 일궈낸 성과도 적지 않았다. 3세대(3G) 이동통신 표준기술에 선정됐고, 지금은 4G 표준 후보기술 반열에 올라있다.

그런데 왜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 사업을 접은 것일까. 포스데이타는 지금까지 총 1700억원을 와이브로 연구개발비에 쏟아부었다. 와이브로 기지국을 비롯해 제어국 등 와이브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도 자부했다. 그 덕분에 포스데이타는 삼성전자와 나란히 국내를 대표하는 와이브로 장비업체로 꼽혔다.

문제는 '시장'이었다. 기대와 달리, 와이브로 서비스 시장은 좀체로 열리지 않았다. KT와 SK텔레콤이 수년째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가입자는 아직 20만명에 불과하다. 그나마의 시장도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납품기회를 잡기도 힘들었다. 지난해 KT에게 기지국 장비 2대를 납품한 게 국내에서 포스데이타가 올린 와이브로 장비실적의 전부다.


해외시장 개척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싱가포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시장을 개척했지만, 실속이 없었다. 누적 해외수주액은 고작 300억원 수준이었다.

포스데이타의 와이브로사업 중단은 그동안 지나치게 포장된 와이브로 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선 여전히 '와이브로가 4G 주류기술이냐 틈새기술이냐'하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와이브로가 틈새라도 장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지금부터라도 정부나 관련업체들은 와이브로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현실적인 육성정책과 사업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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