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박용현 회장 두산수술 100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7.08 08:21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월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공장을 방문해 터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외과의사 출신의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그룹의 집도의가 돼 비주력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떼어내는 대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취임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지난 5월 중순 박 회장은 이상하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전무(현 ㈜두산 부사장) 등 실무진으로부터 두산DST, 삼화왕관(사업부문), SRS코리아(버거킹, KFC)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각각 49%씩을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받았다. 하나같이 부친(고 박두병 명예회장)과 박용곤 명예회장, 박용성 전 회장 등 형들이 일궈놓은 알짜 계열사들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하시죠". 지난 6월3일 두산그룹이 전격 발표한 4개 계열사 일괄매각 방안은 그렇게 나왔다.

미국 중소형 건설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하면서 생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발전설비 등 인프라지원사업(ISB)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정한 이상 이 분야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시너지 효과가 적은 계열사는 과감하게 떼어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경영방침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1일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두산기술원을 방문, "고객들이 비싸도 사갈 만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핵심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두산그룹이 올초부터 유동성 우려 속에서도 체코의 발전터빈 원천기술 보유업체 스코다파워 인수를 추진해온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이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5월말까지 2개월 간 국내외 사업장 방문을 최우선으로 했다. '경쟁력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생각 때문이다.지난 5월6일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옌타이 현지 생산법인을 방문한 박 회장은 예정에도 없던 현장 직원 약 1000명과의 악수를 자청했다. 대기업 총수가 현지 인력을 포함해 현장의 모든 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것은 이례적이었다. 박 회장의 소탈함과 함께 현장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5월28일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 '위브더제니스'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아파트 화장실을 한참 살펴본 뒤 화장실 문과 샤워 부스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특유의 꼼꼼함을 보여줬다. "아파트는 화장실만 살펴 봐도 시공이 잘 되었는지, 잘못 되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박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한다. 병원에서도 군기가 가장 세기로 유명한 외과 부문의 과장으로 있으면서 큰소리 한번 낸 적이 없었다는 것은 그가 지난 2006년 6월까지 약 38년간 근무했던 서울대병원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서울대병원장을 맡아 추진했던 개혁의 강도는 만만치 않았다.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병원의 조직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보직임기제를 도입하고, 조직 통폐합도 단행했다.

서울 역삼동 건강증진센터와 분당 병원 등을 건립해 적자 상태였던 서울대병원의 수익성을 개선한 것은 그의 경영감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는 외과의사 출신답게 그만의 건강 관리법도 갖고 있다. 신라호텔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6㎞의 왕복 산행이 그것이다. 담배는 끊었고, 술은 일체 하지 않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외과의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며 "그러면서도 온화하게 조직을 이끄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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