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국회파행…김형오 의장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07.07 17:50

평행선 달리는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처리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와 김형오 국회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점거 농성과 상임위 파행,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변수가 맞물리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특히 오는 8일부터 줄줄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국회 내 제헌절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어 점거농성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 "직권상정 요청"vs"어처구니 없어" = 한나라당은 7일 비정규직법 처리와 관련,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청 카드를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뒤늦게 6월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개회한지 보름이 다 돼가도록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가 읽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8일쯤 당정회의를 하고 야당과 협상 노력을 계속하다 안 되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희태 대표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직권상정도 법에 있는 만큼 이를 나쁘다는 전제로 말하면 안 된다"며 "합의하다 안되면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강행 방침에 대해 민주당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동안 노동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한 해고 대란은 어디에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협상이 실패하면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법과 관련해선 여야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 간사 협의가 실패하자 한나라당이 오는 13일 상임위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과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면 13일까지 여야 논의를 거쳐 이후 상임위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13일까지는 민주당과 논의하되 협상이 안되면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과 상임위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전 의원은 "13일까지 상임위를 마친다면 그 날은 한나라당에 '재앙의 날'이 될 것"이라며 "끝까지 대화로 풀자는데 의석이 많다고 해서 짓밟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 여야 셈법은…김형오 직권상정 카드 꺼낼까 = 여야의 이 같은 대치는 향후 정국 구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수습하고 10월 재·보선 전에 쟁점법안을 처리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결집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이번 '입법전쟁'에서 승리해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기세를 몰아가겠다는 속내다. 여야 모두 이번 쟁점법안 논의에서 밀릴 경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여야 긴장국면이 고조되고 있지만 막판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기간을 당초 2년에서 1년6개월로 양보하고 1년 유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선 '전격 등원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형식과 절차,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여야 협상과 국회 정상화는 즉각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 협상 재개와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점거농성 해산을 요구했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고수했지만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국회가 장기 공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장이 모종의 결심을 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선 "6월 임시국회가 다 가도록 방치할 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당적으로 치러지는 제헌절 행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경색국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직권상정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 수도 없다는 데 김 의장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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