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채권이 뭐지?= 정부가 말한 녹색 채권의 발행 주체는 녹색 기업이 아닌 은행이다.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서 모은 자금으로 녹색 기업의 성장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녹색 채권을 산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이 아닌 은행채에 투자하는 셈이다. 대신 녹색 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면제해 준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얼마일까? 녹색 채권의 만기는 3~5년이다. 그런데 정부는 만기 1년짜리 은행채 금리 수준을 수익률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1년짜리 은행채 금리(3일 기준 민간평가사 평균금리)는 3.30%로 3년 만기 은행채 금리(4.94%)와 1.64%포인트 가량 차이 난다.
투자자는 이 격차만큼 손실을 보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이자소득세 면제로 메워준다는 방침인데 현재 장고단저의 금리기간구조에서는 비과세 녹색채권 금리가 3년짜리 은행채 세후수익률보다 낮다. 이자소득세 면제후 3년만기 은행채금리는 4%초반으로 1년짜리 은행채 금리 3.30%보다 높다.
그러므로 녹색 기업을 돕거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회피 목적의 투자자가 아니라면 녹색 채권에 투자하기보다 3년 만기 은행채를 매입하는 편이 낫다. 물론 금리 기간구조가 단고장저로 바뀌면 메리트가 살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률 낮은 대신 세금혜택 보전=정부가 이렇게 이상해보이는 대책을 내놓은데는 고민이 있다. 은행이 낮은 이자로 자금을 끌어와야 좀 더 낮은 이자율로 녹색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워낙 낮아진 상황이라 이자소득세 면제는 큰 매력이지만, 현재 논의되는 금리는 만기 3년짜리 채권 금리를 1년짜리로 주겠다는 것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만약 1년짜리 금리를 주고 세금 혜택을 받아도 3년짜리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면 투자자에게 금리를 더 줄 수도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시장상황을 봐 가며 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먼저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고 이후 시중 은행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실제로 녹색 채권이 발행되려면 세법 개정을 해야 하고 녹색인증기업들도 선정이 된 이후여서 현재로선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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