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 한명의 해고도 안됩니까?"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9.07.03 14:20

"저희는 단지 차를 만들고 싶었을 뿐" 어느 쌍용차 직원의 절규

"우리 협력업체들 상당수가 저희 회사의 파업으로 인해 파산하고 해고당했습니다. 또한 관리직 중에도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해고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단 한명도 안됩니까?."

쌍용자동차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40일 넘게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쌍용자동차 사태의 끔찍한 진실'이란 제목의 글이 쌍용차 안팎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직원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란 한 인터넷 카페에 누군가 옮겨 놓으면서 알려진 글에서 "쌍용자동차와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노사간 극심한 대립을 의식이라도 한 듯 "'또 쌍용차 노조하고 사측하고 똑같은 X끼리 욕하는 얘기를 하려는 구만'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만 조금만 더 읽어 달라"며 최근 사측의 출근투쟁과 노조의 점거농성을 지켜보며 느낀 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직원은 "백주 대낮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앉아있는 장소에서 쇳덩어리 구조물을 가득 실어 놓은 지게차를 몰고 들어와서 (공장에 들어간 동료직원들을) 인정사정없이 깔아뭉개고 히죽히죽 웃으며 욕을 하는 집단이 있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그는 "그들(노조)은 단 한명의 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며 "그들은 '해고는 살인' 이라고 외치지만, (현장에서 본) 그들은 '살인마' 집단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동료들이 지게차에 깔려 병원에 실려 가는 것을 보면서 쇠파이프를 든 손을 꼭 쥐었다. 살아남으려는 본능에 그들이 던진 볼트를 주워서 되던지고 부러진 텐트 기둥을 떼어내서 던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노조의 강력한 저항으로 직원들이 공장에서 철수하면서) 저희를 학살하려 했던 집단에게 제대로 쇠파이프 한번 못 휘둘러 본 것이, 노조 편에서 서서 우리가 폭력 진입을 한 것처럼 보도한 언론에게 제대로 욕 한번 못 해본 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데도 본관 옥상에서 구경만하고 있던 경찰 지휘관에게 돌멩이 한번 못 던져 본 것이, 우리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말하는 시민 단체들에게 그들이 무자비하게 돌진해 오는 지게차 앞에 한번 서보라 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안타깝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회한을 토해냈다.

그는 특히 "저희는 단지 차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우리가 모두 맨몸으로 들어온걸 알면서도 경찰은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고 공장 외곽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며 무기력한 공권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해고자의 기준 선정에는 분명히 불합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신 분들도 분명히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러한 연민의 감정마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3년에 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 '운좋게' 쌍용차에 입사했다는 그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혹시 중소기업에 다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참 억울합니다. 잘려도 돈 한 푼 못 받고 나왔습니다. 노조는 ‘해고는 살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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