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수완지구내 한 중개업소. "요즘 지역 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개업소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수완지구만해도 10가구 중 5∼6가구는 비어 있을 정도로 미분양이 많은데 건설사들이 무슨 수로 버티겠냐는 설명도 덧붙인다.
광주.목포 등 호남 부동산 시장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심각한데다 호남에 기반을 둔 건설사들 마저 줄줄이 퇴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집값 하락, 미분양 할인판매 등으로 건설사와 기존 계약자간 갈등이 잇따르면서 지역 인심마저 흉흉한 상태다.
수완지구 A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밤이 되면 건설사들이 빈집에 일부러 불을 켜 놓는다"며 "입주율이 낮아 썰렁한 도시로 각인되는게 두려워 일종의 트릭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와 입주민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수완지구 10여개 건설사들이 미분양아파트에 대출이자 및 세금 대납, 잔금분할 납부 등 각종 할인조건을 내걸자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건설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거는가 하면 기존 입주자들이 무전기를 들고 교대근무를 서며 분양가 할인을 받은 미분양 계약자의 입주를 막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B건설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집값이 오르지 않자 기존 계약자들이 건설사에 온갖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며 "미분양 계약자들과 똑같은 조건을 소급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C건설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들의 요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미분양이 팔려야 건설사와 입주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건설사가 분양을 시작한지 최소 2년6개월∼3년이 지난 사업장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자금을 미리 투입해 아파트를 지은 만큼 분양이 안되면 자금 사정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호남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해 온 지역 대표기업인 대주건설과 C&중공업 등이 지난 1월 건설.조선업 구조조정에서 퇴출대상으로 분류된 것도 이같은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3월 2차 구조조정에서 퇴출 및 워크아웃 대상의 25%(9개)도 호남 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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