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상 첫 채권… 중·러 입김 세졌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9.07.02 15:13

"기축통화 대체"론 주장해온 이머징 영향력 강화

국제통화기금(IMF)이 1945년 설립후 최초로 채권을 발행한다. 기존 대주주격인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중국, 러시아 등 이머징 마켓의 입지가 강화되는 분기점이다.

IMF 이사회는 1일 글로벌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를을 지원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필요할 때 조속한 지원을 위해 IMF의 재정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IMF 채권은 회원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을 대상으로 특별인출권(SDR) 표기로 발행된다. 이는 달러 중심인 현행 기축통화를 대체하자는 신흥국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미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이 구매 의사를 밝혔고, IMF는 필요 재원 확보를 위해 최대 5000억달러까지 발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기존의 분담금 대신 채권 발행으로 재정을 확충한 것은 신흥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IMF의 분담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했지만, 이머징 국가들이 채권 발행이란 방법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게 됐다.

존 립스키 IMF 부총재는 "이머징 국가들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면서 "IMF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부 선진국들도 채권을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IMF는 정책 결정시 각 회원국이 낸 분담금에 따라 투표권을 배정하는 '쿼터'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분담금을 낸 미국 등 선진국들의 입김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IMF가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게 되면 돈 줄을 쥔 선진국들의 눈치를 볼 일이 줄어들고, 채권을 매입한 이머징 국가들은 대출금 회수라는 카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선진국과의 힘의 균형을 찾게 될 전망이다.

또한 이머징 국가들이 보유한 IMF 채권은 달러가 아닌 SDR 형태로 보유하게 되므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외환보유고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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