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9.07.06 10:15

[머투초대석]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 "10년후 달탐사해야죠"

layout="responsive" alt="↑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카운트다운…5, 4, 3, 2, 1, 0'
오는 7월30일쯤 한반도 끝자락 외나로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강한 불꽃을 뿜으며 힘차게 우주로 날아간다

현재 정부는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 2단과 러시아에서 인도받은 발사체 1단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를 조립하고 있고, 발사하기 1주일 전까지 모든 조립을 마치고 최종 점검할 계획이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 국가가 된다. '나로호'가 우리나라의 '우주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지금 누구보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 여부에 마음졸이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이주진 원장(57)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단 하루도 발뻗고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발사 준비가 완벽해도 발사 당일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고, 발사는 제대로 했어도 인공위성이 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이 원장의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로호'에 온통 신경이 집중돼 있는 이 원장을 어렵게 만나 발사 점검 상황과 우주 개발 계획을 들어봤다.


―'나로호' 발사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지상검증용 발사체 1단과 상단을 총조립한 상태로 발사대로 옮겨 부분별 세부점검, 발사시나리오 점검과 확정, 연료와 산화제 주입 등 발사 전과정을 인증하는 시험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실제 발사될 상단 비행모델 총조립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 작업은 과학기술위성 2호, 2단 로켓인 고체 킥모터, 여러 가지 전자기기가 있는 2단 탑재부 및 페이로드 페어링 등의 조립을 말합니다.

―첫 발사에서 성공한 나라가 별로 없는데, 성공을 확신하시나요.
▶우주 개발 선진국들의 첫 발사 성공률 통계를 보면 30%를 넘지 못합니다. 그만큼 처음 개발한 로켓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고의 노력과 아울러 또 정부와 국민의 뜨거운 지원을 받고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봅니다. 실패하더라도 발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에 발사체의 후속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주 선진국들도 수많은 실패를 딛고 오늘날 달 탐사나 유인우주 프로그램을 추진했듯이 우리도 실패를 거울삼아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지지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단부 추진체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했는데, '나로호' 개발에서 기술자립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나로호는 100㎏급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는 소형 발사체입니다. 우리는 아직 대형 고성능 액체 추진기관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1단 추진체를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 개발하고 발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진 개발국의 운영체계와 경험을 상당부분 체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국산화하는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자력 위성 발사국을 뜻하는 '스페이스클럽' 가입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공위성을 모두 외국 발사장에서 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우주공간까지 올릴 수 있는 발사체와 우주센터가 없었기 때문이죠. 문제는 다른 나라 발사장을 빌려서 위상을 발사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리의 위성 개발 기술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수도 없지요.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의 로켓으로 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주적인 우주개발능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우주기술에 대한 국가역량을 세계 만반에 알리는 계기이기도 하죠. 통신, 방송, 자원개발, 기상관측, 국토개발 등 우주서비스 활용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텐데 그런 점에서 자국 발사대 확보는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우주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나요.
▶우리나라가 항공우주기술분야에 뛰어든 것은 1990년 초입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일본에 한참 뒤늦은 셈이죠. 그러나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준은 우주 선진국의 60~70%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현재 다목적 실용위성 같은 중돚저궤도 위성은 선진국 수준의 80% 정도, 통신위성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60% 정도까지 따라잡았습니다. 10년 후에는 이 수준이 90%까지 올라갈 것입니다. 하지만 발사체 기술수준은 여전히 부족한 편입니다. 발사체 개발에 나선 지 15년밖에 안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머지않아 발사체 기술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주 개발 계획은.
↑ 7월 30일 발사를 앞두고 있는 국산 발사체 '나로호'
▶'나로호' 발사를 마치면 통신해양기상위성을 발사합니다. 현재 조립을 완료하고 지상시험 중인 이 위성은 적도 3만6000㎞ 상공에서 한반도 주변의 해양감시와 기상관측 그리고 통신서비스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아리랑'으로 불리는 다목적 실용위성 1호와 2호를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목적 실용위성 5호와 3호도 현재 개발 중입니다. 이 위성은 2010년과 2011년에 순차적으로 발사할 계획입니다.
자력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는 2018년에 발사할 예정입니다. 우주 강국이 되려면 핵심기반기술 확보가 관건이지만 우주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합니다. 때문에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개발이 성공하면 2020년 우주탐사용 달 궤도선을,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보강할 부분이 있나요.
▶연구소·대학·기업에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해야 하고, 정부는 정책과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우주기술은 국가 전략기술분야입니다. 때문에 국가간 기술이전도 극히 제한적이고, 부품수입도 쉽지 않아요. 게다가 부가가치가 높아서 기술획득시 산업파급 효과도 큽니다. 고어텍스, 마이크로웨이브 레인지, 고어텍스 등이 우주기술을 상품화한 예지요. 무엇보다 인력보강이 급선무입니다. 우주 개발 역사가 고작 15년인 탓도 있지만 프랑스나 일본이 우주 개발을 시작한 지 15년에 달한 시점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인력은 400명 정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우주 개발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합니다.

―항우연 원장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항공우주 선진국들이 이전을 기피하는 전략기술과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서 항공우주기술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연구성과는 산업화해서 수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기술의 세계 진출도 모색할 예정입니다.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과 전략협력이나 다자간 국제기구에 참여해서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중입니다. 항공우주 개발은 대규모 국가예산이 필요합니다. 즉,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없으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항우연은 항공우주 개발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주진 원장 약력】
△1952년생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 △존스홉킨스대 석·박사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항우연 다목적위성사업단장 △항우연 위성총괄사업단장 △항우연 위성기술사업단장 △항우연 위성정보연구소장 △항우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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