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치 실종, 셈법정치 난무…'국회 무용론' 대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7.02 14:18

'무능국회'에서 '반서민국회'로…여야 모두 "나몰라라"

국회에서 서민정치는 사라지고 소속 정당의 득실만 따지는 '셈법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 협상이 여야간 갈등 속에 끝내 시한을 넘겨 7월로 넘어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야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기본임무를 뒷전으로 내몰고 '네탓공방'만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사회 최대 취약계층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 '식물국회, '무능국회' 차원을 넘어 '반서민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정책과 중도통합'에 올인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국회무용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국회 안팎에서는 여당과 야당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처리 지연에서 여야 모두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숙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개학이 임박해 허둥지둥 서둘렀다. 노동계는 줄곧 현행 법 시행을 고수하며 유예에 반대했지만 국회는 6월 중순에 접어들어서야 5인 연석회의를 꾸렸다.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한 일이었는데 늑장대응으로 화를 자초했다.

한나라당은 6월말까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방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 내부에서조차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예해야 할 필요와 이유에 대해 대국민설득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위기 지속, 내수 부진 등 경기악화 상황에서 일단 정규직 전환을 유예하자는 방안이 '미봉책', '유예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특히 '유예'의 관철만을 고집한 탓에 협상 결렬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에 대한 사전대비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서민 고통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표면상 이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한 듯 하지만 대량 실업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직접적인 비판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회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은 법과 절차에 적합한 한나라당의 안건 상정 요구를 초지일관 거부했다.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노동계와 협의해 단일안을 가져오면 상정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전제조건을 고집한 것은 대량 해고를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시한을 넘겨 해고가 발생한다해도 시간을 갖고 원칙 대로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는 논리인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는 즉각 생존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등에서는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현 정권을 뒤흔들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한국 노동시장의 비탄력성 △강성노조의 폐해 △기업경영 환경의 악화 등과 맞물려 있다. 쉽게 풀 수 없는 '다차원 방정식'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 본연의 임무를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여야 노력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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