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아산 아파트 분양시장이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있다.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취득·등록세 감면, 대출규제 완화 등 각종 미분양 대책이 쏟아졌지만 계약률은 몇 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건설사마다 계약금 할인에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입주후 2∼3년간 대출 이자를 선지급하는 마케팅까지 펴고 있지만 미계약 물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첫 분양을 시작한지 2년이 훌쩍 지나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입주때까지 계약률 50%만 달성했으면…"=3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천안·아산 미분양아파트는 1만1301가구(천안 8747가구·아산 2554가구)다. 이 중 공사가 끝난 미분양은 전체의 10% 수준인 1264가구다. 하지만 이는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치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B건설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입주한 천안·아산 아파트 가운데 계약이 100% 마무리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올 연말까지 8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가 시작됐지만 실제 계약률이 50% 미만인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 현장에선 "입주 때까지 절반만 팔았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계약률이 낮으니 입주율도 저조하다. 입주를 시작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불꺼진 집이 더 많다. 실제 입주율이 50%를 넘었다고 하면 업계 부러움을 살 정도다. 단지내 상가 점포도 대부분 비어 있다.
모델하우스도 '개점휴업' 상태다.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의 아파트도 많지만 방문객은 거의 없고 분양 관계자 몇 명만이 상담석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인천 청라와 같은 수도권 청약과열 현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며 "그나마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주말에는 4∼5개 팀 정도의 방문객이 찾을 뿐, 평일엔 없는 날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급 과잉이 부른 사태"라고 진단하며 "판 물량보다 앞으로 팔아야 할 물량이 더 많아 방문객이 없다고 (모델하우스)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천안·아산 분양시장에선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전액 무이자 외에 입주후 2∼3년간 대출 이자 선지급(또는 무이자)하는 조건이 일반화됐다. 이를 적용하면 통상 가구당 2000만~3000만원 가량 깎아주는 셈이다.
일부 건설사는 준공후 회사 명의로 등기한 후 전세 임대를 놓기도 한다. 단기간 계약가 찾기가 어려운 만큼 분양가의 1/3 수준의 전세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다. 차이는 있지만 전셋값은 대체로 7000만∼9000만원선이다.
완공 상태에서 계약률이 50%를 넘지 못하면 정상적인 분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D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때 계약이 절반도 안되면 시행사의 개발이익은 거의 없다"며 "시공사는 공사비만 제때 건져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준공후 미분양 사업장에선 얼마를 남길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며 "자금 회수에 치중하다보니 다소 파격적인 출혈 할인경쟁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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