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억 '자투리펀드'의 수익률 반란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9.07.01 10:39

[펀드야심만만](1)알리안츠기업가치나눔주식펀드

편집자주 | 지난해 하루 평균 5개가 출생할 정도로 펀드는 다산이다. 그러나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는 일부 운좋은 펀드를 빼면 대부분 빛도 못보고 '자투리'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탁월한 운용성과와 안전성으로 잠재력을 엿보이는 '진흙 속의 진주'같은 펀드들을 소개한다.

작년 10월 말 출시된 '알리안츠기업가치나눔주식펀드'는 자산의 80%를 배당주에, 20%는 SRI(사회책임투자)기업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다. 지난 29일 기준, 펀드 설정액은 11억4000만원 정도. 규모만 따지면 자투리펀드나 다름없다.

하지만 펀드 운용성과는 탁월, 그 이상이다. 이 펀드의 설정이후 누적수익률은 60.76%로 같은 기간 배당지수(KODI, 27.9%)는 물론 배당주펀드 평균수익률(41.09%)보다도 20%포인트 가량 높다. 또 연초이후 수익률은 47.60%로 2등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말 그대로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펀드'인 셈이다.

이 펀드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김한 주식운용팀장(사진)은 71년생의 젊은 펀드매니저다. 그의 운용경력도 펀드와 닮았다. 젊지만 운용은 노련하고, 성과는 월등하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회사 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알리안츠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알리안츠코리아펀드'의 담당 펀드매니저 자리를 꿰찼다.

김한 팀장은 알리안츠기업가치나눔주식펀드를 지금까지 운용했던 펀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펀드로 꼽았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고, 쏟은 정성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위기 포화 속에 용감하게 출생
이펀드는 펀드는 작년 10월 29일, 모기지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연중 최저점인 968.97포인트까지 폭락한 그날 탄생했다.

"당시 펀드 출시를 결정하게 된 것은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배당 및 SRI투자 등 회사의 강점을 총동원해 공모펀드로는 2년여 만에 처음 선보인 것이죠."

탄생은 극적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펀드 출시이후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를 탔지만 펀드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시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펀드가 설정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설정 당시 자금 부족으로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증시는 계속 오르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펀드 운용성과가 벤치마크(KOSPI)를 밑도는 일이 발생한 것. 벤치마크 대비 운용성과로 평가받는 펀드매니저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펀드가 설정된 다음날 증시가 11% 이상 급등했습니다. 시작부터 펀드 성과와 벤치마크가 11% 격차가 벌어진 것이죠. 그때는 정말 어떻게 쫓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김 팀장은 펀드 운용 4개월여 만에 벤치마크를 제쳤고, 이후 줄곧 10% 이상 앞서갔다.

얌전한 배당주펀드는 가라

규모가 작다보니 고수익을 내고도 "테마주 등 일부 종목에 몰빵 투자한 것 아니냐", 심지어 "작전주에 들어간 것 아니냐" 등 의심도 받았다.

그러나 이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보면 투자종목 수는 50개가 넘는다. 규모는 작지만 펀드 운용의 기본원칙인 ‘분산투자’는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펀드의 고수익 비결은 바로 배당주를 전제로 한 모멘텀 투자라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투자종목도 고배당 종목을 위주로 선정하되 업황과 성장성, 기업가치개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뽑는다.

김 팀장은 “배당주펀드라고 일년 내내 투자종목의 배당만 기다리는 것은 효율적이 투자가 아니다”라며 “고배당 종목에 투자했더라도 시세차익이 배당수익률 이상일 경우에는 매도한 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배당주나 배당이 증가하는 종목이 곧 성장주이며 SRI기업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지론이다. 배당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많이 내야하고, 투명한 재무구조와 주주환원정책을 갖춰야 하기 때문. 따라서 이 펀드는 배당투자와 함께 가치투자로 안정적인 배당수익 이상의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김 팀장은 추천했다.

이 펀드는 혜택도 많다. 우선 보수가 착하다. 이 펀드의 선취수수료는 주식형펀드 평균보다 50% 저렴한 0.5%이고, 운용ㆍ판매 등 총 보수도 연 1.5%(클래스C 기준)로 업계 평균보다 25% 가량 낮다. 또 3년 이상 투자할 경우 비과세 및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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