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찰의 'PD수첩'작가 메일 공개논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06.30 08:10
검찰이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왜곡보도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프리랜서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 작가의 메일 내용 일부를 발췌해 공개하고 프로그램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왜곡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메일에는 현 정부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60쪽 분량의 수사결과 발표문을 통해 문제의 메일 내용이 제작진의 불순한(?) 의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애초부터 현 정부를 궁지로 몰기 위해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왜곡보도를 사실로 믿은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갖게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메일 공개가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수사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이 왜곡보도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관계라기 보다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감정 또는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메일 내용만 놓고 보면 작가가 현 정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왜곡보도를 했다고 단정 짓기에 뭔가 부족한 듯하다.


수백 통의 메일 중에서 일부 내용을 갖고 숨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외부에 발표할 생각으로 한 말이나 글도 한 부분만 놓고 볼 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사적으로 쓴 메일의 일부분을 범죄성립의 판단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표적수사', '정치검찰' 등의 비난을 받아 온 점을 감안해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일 공개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한발 양보한다고 해도 특정 개인의 사견을 그 사람이 속한 조직 전체의 생각으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 때론 서로 다른 생각과 이상 때문에 부딪히고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다름의 차이를 인정할 때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 어느 시대, 어떤 정권에서도 검찰 수사가 '불편부당'한 시각을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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