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결국 재매각 결정..대우건설 어디로?

기성훈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9.06.28 17:33

'풋백옵션' 위험 제거 위해.. 산은 PEF에 매각이 현실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다시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금호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팔겠다며 '대우건설 구하기'에 나섰던 금호그룹이 백기를 든 셈이다. 금호그룹은 일단 '매각'이라는 큰 원칙을 정한 것이라며 매각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주채권은행 등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풋백옵션'이 발목 잡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6조4000억 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이 때 금호그룹은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8개 은행으로 구성된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주당 2만6000원에 약 3조5000억 원(39.6%)의 자금을 지원 받았다.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옵션(투자자들이 인수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풋백옵션 계약이 금호그룹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속에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1만2850원에 머물렀다. 금호그룹은 주가가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 향후 풋백옵션에 따른 막대한 자금(4조원 안팎)을 보전해 줘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에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풋백옵션 해결을 위해 그동안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측은 대우건설을 매각해야 유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보유 자산 매각과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금호그룹은 다음 달 말까지 대우건설 풋백옵션 인수를 위한 새로운 FI를 찾고 이것이 실패할 경우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사모펀드에 팔기로 한 바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제3의 투자자와 사모펀드 설립을 추진했지만 회계처리상의 문제점이 대두됐으며 교환사채(EB) 투자 등도 검토했지만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됐다"면서 "대우건설 풋백옵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72%(투자자 39% + 그룹보유 33%) 전량을 매각하더라도 3조원 정도가 그룹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돼 FI들에게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기도 빠듯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누가 인수전에 나설까


대우건설이 3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옴에 따라 향후 누가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설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그룹 측은 "구체적인 매각 일정과 방법 등은 현재의 시장 환경을 감안해 주채권은행, 자문사와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공개 매각을 우선으로 하되 산업은행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 등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매각 당시엔 금호그룹을 비롯해 두산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등이 인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건설장비업체 밥켓 등을 인수하면서 유동성 우려를 낳았던 두산은 최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유진 등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불확실한 경기상황과 침체된 건설 경기 등으로 초대형 매물인 대우건설 인수에 어느 기업이든 쉽게 인수전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사모펀드(PEF)에 파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시장에서 매입자를 찾지 못해 산은 PEF가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시가에 경영권프리미엄 30%를 얹은 가격을 받고 3~5년 후 되찾을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얻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가 시장매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금호가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그게 아니라면 산은 PEF 방식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금호도 그룹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산은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가 대우건설을 계열분리 해 팔기로 한데 대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산은 관계자는 "시장매각이 됐든 산은 PEF가 인수하든 연말에 끝나는 대우건설 풋옵션 계약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되도록 하면 된다"며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해서 금호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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