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최후협상안 노조 거부, 노·노 충돌

박종진·평택(경기)=김보형 기자 | 2009.06.26 16:07

"노사 벼랑끝서 최후카드 낼 것" 내주 초 분수령

↑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직원 500여 명이 26일 오후 경기 평택공장 정문 옆 쪽문을 통해 공장안으로 진입해 옥쇄파업중인 노조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옥쇄파업 36일째를 맞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가 본격 충돌 국면으로 들어갔다.

쌍용차 사측이 26일 정리해고 인원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입장을 내놓았으나 노조가 기존 안과 다를 게 없다며 거부한 가운데 공장 진입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쌍용차 사측은 이날 정리해고자 976명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분사 및 영업직 전환을 통한 일자리 제공 320명, 협력사와 연계 한 재취업 기회 제공 450명, 2012년까지 무급휴직 100명 등 총 870명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00여 명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재고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감축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부품사와 도급 등을 연계해 일자리는 마련해 주겠다는 방안이다. 3년간 월급을 받을 수는 없지만 고용을 유지하는 무급휴직과 정리해고자·희망퇴직자에 대한 재고용 방침도 제시했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 법정관리인은 "실제 해고자는 100여명에 불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시안은 말 그대로 최종안으로 더 이상 어떤 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협의안을 거부했다. 분사나 협력사 취업 등으로 고용을 보장한다지만 회사를 떠난다는 맥락에서는 기존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 역시 강제 퇴직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사실상의 정리해고 강행 방침은 변하지 않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대주주 상하이차와 경영진의 책임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방식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측에 동조하는 직원들과 파업 중인 노조원들 사이에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파업에 가담하지 않는 직원 500여명은 공장 진입을 시도해 본관 앞에서 본관을 점거 중인 파업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진입을 시도하는 직원들은 200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일부 부상자들이 발생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사측은 법정관리 중에 급격히 늘어나는 매출손실이 회사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만큼 이달을 넘기지 않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이 관리인은 "25일 기준 7900대의 생산차질과 1724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회사는 물론이고 판매 대리점과 부품 협력사들이 자금난으로 도산 직전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대한 버티면서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다는 전략이다. 평택공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공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조가 지금은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사측이 제2, 제3의 '최종안'을 들고 나올 때까지 노조는 버틸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는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쥐고 있다고 보고 옥쇄파업 외에도 다양한 투쟁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는 내주 초가 될 전망이다. 공권력 투입시 대규모 유혈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 노사 모두 조심스럽다. 사측도 노조가 주말 동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달 4일 전국 노동자대회 장소로 평택공장이 이용될 수 있어 자칫 문제가 노동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아 노사 모두 벼랑 끝에서 마지막 카드를 내놓게 될 것"이라며 "극한 충돌을 피하면서도 갈등 요소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쌍용차의 미래가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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