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이번에도 재계 혼맥 이을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7.02 10:04

[머니위크]최대주주 임상민씨 경영승계 마무리

지난달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2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여성 사업가의 구혼문을 공개했다. 49세인 이 여성은 "그동안 사업에 매진하느라 배우자가 될 남성을 구하지 못했다"면서 "배려심 많고 포용력 있는 따뜻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상형을 밝혔다.

이 여성의 공개구혼에 일명 '사짜' 전문직과 23살 연하남 등 394명의 다양한 남성이 몰려 화제가 됐다.

만약 보유주식가치만 500억원에 이르는 29세 미모의 여성이 신랑감을 찾는다면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몰릴까? 더구나 1조5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까지 있다면 말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어쩌면 재벌가 사이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둘째딸이자 사실상 대상그룹의 새로운 주인인 임상민 씨 이야기다.

◆임상민 씨는 누구?

임상민 씨는 1980년생으로 2003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상민 씨의 모습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상민 씨의 언니 임세령 씨 사이에서 출생한 두번째 자녀 원주양의 소식을 미니홈피에 올리면서부터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재벌가의 사생활이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되면서 상민 씨의 얼굴도 언론에 등장했다. 미국 뉴욕대학에서 보낸 유학시절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두 조카를 상당이 예뻐했던 것이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진 전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장 재산이 많은 여대생으로 손꼽히면서 주목 받았고, 2005년 대상홀딩스 지분 29.8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대상그룹의 차기 주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상민 씨는 올 초부터 그룹 내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의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청정원의 신규 영업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맡아 경영활동을 시작했다는 것. 지난해에는 대상그룹의 금융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경영승계 마무리

지난 4월 임 명예회장은 깜짝 공시를 통해 상민 씨의 경영승계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공시에 따르면 임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 박현주 부회장은 각각 125만주의 대상홀딩스 주식을 상민 씨에게 장외매도했다.

상민 씨의 대상홀딩스 지분은 29.07%에서 36.71%로, 임 명예회장의 지분은 6.25%에서 2.89%로 바뀌었다. 반면 올 초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의 이혼으로 화제를 몰고 왔던 상민 씨의 언니 세령 씨의 지분은 여전히 19.90%를 유지했다.

둘째딸인 상민 씨가 연매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상그룹의 새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다.

장녀 세령 씨는 이재용 전무와 이혼한 뒤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령 씨가 대상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번 공시로 인해 그룹의 2인자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아마도 자녀의 양육문제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무리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

상민 씨의 지분이 늘었다고 해서 대상그룹의 경영권이 당장 상민 씨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1949년생인 임 명예회장이 은퇴를 고려하기에는 젊은 편이고 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슬하에 딸만 둘을 둔 임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임 명예회장이 어떤 식으로 그룹 운영을 맡길 지 몇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선 일정 시점에서 상민 씨에게 경영권을 전부 이양하는 상황이다. 상민 씨의 경영능력 배양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야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큰딸인 은선 씨는 올 초에 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김승호 회장 슬하의 네 딸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임 명예회장이 이 같은 방법을 쓸 지는 미지수다. 최근 경영현장 투입으로 일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상민 씨의 나이와 경력으로 볼 때 상민 씨 단독 경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 명예회장이 사위를 통한 경영권 지배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경우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사례가 좋은 예다. 재벌가 사위 주식부자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모두 이 회장의 딸과 결혼해 '재벌 사위'로 거듭났다.

◆'신데렐라 사위'는 없다?

대상그룹은 재벌가 혼맥이 강한 그룹이다. 임 명예회장의 아버지인 임대홍 창업주는 친인척의 혼사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명예회장 자신부터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셋째딸인 현주 씨와 중매결혼을 했다. 현주 씨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결별했지만 장녀인 세령 씨도 국내 최고 재벌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며느리로 앉힌 경험이 있다.

동생인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은 한국산업은행 부총재보를 지낸 손필영 씨의 외동딸 성희 씨와 혼사를 올렸다. 이 밖에 임 명예회장의 동생인 임채홍 전 내쇼날프라스틱 회장 등 형제들도 정재계 인사들과 얽혀 있어 가문 전체가 강한 혼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임 명예회장이 차녀 상민 씨의 남편을 재계에서 물색 중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다. 혼맥을 중시하는 가풍이 상민 씨에게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자유분방한 상민 씨의 판단이 변수다. 재벌가에서는 드물게 미니홈피에 일상을 올렸을 정도로 격의 없는 행동을 보였던 그다. 아직까지 상민 씨의 배필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없다. 재벌가의 결혼이 극비리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 깜짝쇼가 나올 지 짐작키도 어렵다. 희박하지만 '신데렐라'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아직도 한줄기 희망은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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