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마트 때문에 힘들다니 큰일.."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9.06.25 17:01

MB 민생탐방, 이문동 골목상가 2시간 동안 누벼

친(親) 서민 행보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골목상가를 찾았다. 2시간 가까이 구멍가게와 빵집, 떡볶이집, 과일가게, 식품가게 등 골목길 곳곳을 둘러보며 물건을 구입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의 민생 현장 방문은 지난달 20일 경기도 안성에서 모내기를 한 데 이어 한달 여 만인데, 이날 골목상가 방문은 경기침체와 대형 수퍼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찾은 이문동은 최근 대기업이 경영하는 대형 마트와 수퍼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곳으로 곳곳에서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인들은 "대형 수퍼와 마트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붕괴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개점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식품가게 주인은 "대형마트 때문에 매상이 3분의 2가 줄었다"며 "마트 운영시간이라도 제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주인도 "대형마트는 산지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데 동네 가게들은 그러지 못해 가격이 비싸다"고 하소연 했다.

상인들의 호소는 골목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진 현장 간담회에서도 계속됐다. 대형 마트와 영세상인 사이에 '사업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시장 상품권 구매 요청 등이 쏟아진 것.


이 대통령은 서민의 고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민은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고통 받고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해도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는다"면서 "서민들이 앞으로 1,2년 더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대형마트 때문에 어렵다고 해서 큰 일"이라며 "정부가 대안이 없는가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석에서 "사업조정제도 등 건의사항은 관계부처가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또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에 소상공인 보증 규모를 3조3000억 원 확대하기로 했다"고 정부의 대책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대형마트 영업규제 요구와 관련, "마트를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며 "정부가 그렇게 규제해도 재판하면 패소한다,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래시장은 내가 젊었을 때 보다 별로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상인들이 농산물을 공동 구매하거나 농촌과 직거래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주차장을 정비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골목길 민생탐방은 이 대통령이 서민과 현장을 중시하는 'MB다움'으로 복귀하는 첫 행보"라며 "앞으로 현장을 직접 찾아 다양한 계층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필요한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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