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불매운동에 맞서라? "니들이 광고를 알아?"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9.06.25 12:10

[CEO에세이]경영은 이념투쟁과 다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몇 해 전 게살을 넣은 햄버거 TV-CF에 나왔던 유명한 광고 카피다. 한 노인이 배에 커다란 게를 잡아 온다. 다른 뱃사람들이 부러워한다. 그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게의 참맛을 아느냐고 익살스럽게 물어 보는 멘트가 터진다. 모델인 노배우 신구 씨가 농익은 연기를 했다. "니들이 XX을 알아?" 이 멘트가 당시 유행어가 됐다.

"최수부는 왜 국민을 못 믿나" 얼마 전 메이저 신문에 실린 칼럼제목이다. 이 칼럼은 비난에 가까웠다. 자기 신문사 입장에서만 서서 46년간 오늘의 기업을 일군 노 기업인을 무리하게 몰아부쳤다.

우선 필자는 광동제약 최 회장과 그 기업의 임직원에게 쓴 커피 한잔도 개인적으로 나눈 적이 없는 객관적인 입장임을 밝힌다. 다만 경영을 체험하고 공부하는 60대 중반의 CEO 학도로서 한 말씀 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CEO는 현실을 심는 실천가다.

언덕 위로 짐수레를 끌고 올라가려고 끙끙대는 일꾼이 있었다. 학자가 말했다. "힘의 방향을 몇 도로 주어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나 수레는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정치가는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언론인은 취재하기만 바빴다. 법조인은 차도(車道)에 저촉하는지 여부를 감시만 했다.

◇CEO는 싸움꾼이 아니라 피스메이커(Peace Maker)

그때 수레를 힘껏 미는 이가 있었다. 바로 CEO다. 수레는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물론 우화다.

"그런데 이상한 단체는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했고 광동제약은 수 시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우쭐해진 단체는 이번에 국내 1위 기업을 골라 협박하고 있다." 칼럼의 내용이다.

"기업은 말없는 다수 소비자를 믿고 싸워야 한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면서 1970년대 광고 탄압을 받던 동아일보에 국민이 격려광고를 몰아준 사례와 2006년 1월에 "덴마크 제품을 사지 말자"는 대규모 보이콧을 이긴 덴마크 기업의 사례를 들고 있다.

결론은 "최수부 회장은 보안관이 될 기회를 놓쳤다"고 매도했다. 지당한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은 본질적으로 군대가 아니다. 국경을 탱크가 넘으면 전쟁이고 CEO가 넘으면 번영이다. 경영이란 구성원과 사회의 번영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물론 탈세하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또 힘껏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대기업일수록 그렇다. 광동제약은 불매운동 때문에 하루에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할 정도의 대기업이 아니다. 보안관은 정부의 일이지 CEO의 일이 아니! 다. 최회장에게 싸우라는 것은 자칫 희생양이 되라는 속셈으로 오해받기 쉽다.

◇노 CEO를 격려하지는 못할지언정

더구나 노 기업인은 무서워서라도 메이저 신문광고를 없애지 않았을 것이다. 양해를 구하면서 견해가 다른 신문에 광고를 더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을 것이다.

또 우리가 고려할 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정치권도 지식인 사회도 양분되어 싸우는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중소기업이 홀랑 벗고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은 좀 과하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다수 소비자를 믿고 싸워야 한다"고….

이 말은 기업밖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이 하기 쉬운 비판이다. 경영은 이념투쟁이 아니다. 아니 CEO는 사실 중도다. 기업(企業)은 사람(人)이 머무는(止) 곳이다. 기업은 자본과 채권자의 대변자와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결합체다. 광동의 최 회장 같이 고통을 받는 노 창업자에게 위로와 격려는 못해줄 망정 싸움꾼이 못된 것을 나무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메이저 신문과 대기업이 이상한 단체와 앞장서 싸워줘야 하지 않겠는가. CF 모델 신구 씨가 또 내뱉음직한 멘트다. "니들이 광고를 알아?" 실천가보다 비판가가 더 대우받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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