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名家들' 역시 위기에 강했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9.06.24 16:34

포드,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 등 오너 '책임경영' 위기속에 빛 발해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문의 영광'이 돋보이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편적인 환경이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선 오히려 '오너'들이 이끄는 '가족경영'이 제대로 힘을 쓰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경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적 특성 탓인지 유독 자동차 업계에서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단기성과에 주목했던 전문경영인들의 실패가 무한책임과 100년 대계를 갖고 있는 '오너십'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윌리엄 포드 회장

◇포드, '빅3' 중 유일하게 생존…결단력·커뮤니케이션 강해

미국 자동차 '빅3' 중 유일하게 파산을 피하고 살아남은 기업은 포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위기 속에서 105년 역사를 지닌 포드를 지탱해준 것은 창립자 헨리 포드의 5세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회장을 비롯한 포드 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대주주로서 의결권 40%를 가지고 있는 포드가는 지난 1월 긴급 회동을 갖고 포드 회장과 앨런 멀랠리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확고히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보유 주식 7090만주의 시가가 22억 달러에서 1억4000만 달러까지 폭락한 상황이었지만 매각을 검토하거나 회사를 뒤흔들기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역량을 모았다.

포드가 일족인 이 회사 마케팅 담당이사 엘레나 포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포드가의 힘은 누구나 원하는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는 열린 의사소통 구조와 한번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결단력과 적극적인 경영전략, 투명성과 소통 강화를 앞세운 가족경영이 위기의 순간에는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지의 길을 가고 있지만 끝까지 우리의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며 포드가의 철학이 앞으로도 계속 경영현장에서 강조될 것임을 시사했다.

포드는 세계 1위였던 제너럴 모터스(GM)의 부진을 틈타 미국내 1위 업체로 오르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토요타 아키오 사장

◇토요타 창업주 3세, 위기상황서 구원투수로 등판

일본 토요타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서 심하게 출렁이기는 마찬가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창업주의 손자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의 손자이자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인 아키오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사장 겸 CEO로 취임했다. 이 회사의 경영권이 전문경영인에서 도요다가로 다시 넘어온 것은 무려 14년만의 일.


도요다 신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절약과 효율, 현장의 힘 부활 등 창업정신을 강조했다. 토요타의 창업 이념이야말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이라는 것.

특히 도요다 가문은 70년 역사 동안 비자금 사건 따위의 잡음을 낸 적이 없어 도덕적 신뢰를 얻고 있다. 또 지분율도 2%에 그쳐 오히려 지배구조 논란에서 자유로워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토요타의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신임 사장을 추대한 점도 리더십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단기성과주의가 위기를 촉발했다는 인식이 큰 상황에서 주주들이 오너가의 경영자야말로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9일 도날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으로부터 '2009 밴 플리트상'을 받고 있는 모습

◇피아트 폭스바겐 현대차 등 큰 성과…"절대선은 아니다" 반론도

최근 크라이슬러 지분을 인수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 강자로 떠오른 피아트도 창업가 오너십이 빛을 발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존 엘칸 부회장은 창업자 지오바니 아그넬리의 4대손이며 최근 피아트 성장의 주역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를 지난 2004년 영입한 주역이다.

당시 엘칸 부회장은 향후 생존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념에 체질개선을 주도했으며 과감하게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드는 결단을 단행했다.

또 유럽의 폭스바겐과 포르쉐도 사촌지간으로 한 가문에서 뿌리내린 회사다.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손자인 볼프강 포르쉐와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이 각각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최근 합병 문제로 집안싸움이 벌어졌지만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판매량에서 1위인 토요타들 2만대 차이로 바짝 뒤쫓았다. 2018년까지 토요타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워둔 상태다.

아울러 국내의 현대차그룹 역시 공식 취임 10년을 맞은 정몽구 회장의 탄탄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상당한 선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업계 파워 리스트에서 6위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가족경영이나 오너십이 절대선은 아니라며 지나치게 이를 부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검증되지 않은 후세들이 경영을 망치거나 가문에 권력이 집중돼 기업의 투명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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