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어쩌나" KT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09.06.29 07:30

저가VoIP부터 무료무선인터넷까지...'유료수익모델 위협' 부심

통신사들이 '와이파이(무선랜)' 서비스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무선랜이 내장된 정보기기가 점차 확대되면서 종전보다 3분의 1 가격에 음성통화를 이용하거나, 공짜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종전 요금보다 싸게 음성통화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존 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VoIP KT는 물론 SKT까지 위협

국내 인터넷전화(VoIP) 이용자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KT의 VoIP 가입자도 5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집전화 이탈 가입자를 막기 위해 VoIP 가입자 모집에 나선 KT 속내는 여전히 불편하다. KT 집전화의 월평균이용요금(ARPU)은 2만원, VoIP의 ARPU는 1만2000원 수준이다. VoIP 가입자가 늘어나면 날수록 KT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후발통신사들은 VoIP 영업에 적극적이다. '저렴한 요금으로 집 밖에서도 쓴다'는 카피를 전면에 내세우며 KT의 집 전화 가입자를 겨냥해 VoIP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실제로 VoIP 이용자 가운데 다수는 VoIP 무선전화기를 이동전화처럼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다.

이는 VoIP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지역이면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내ㆍ외전화는 물론 국제전화, 이동전화 기능까지 하는 것이다. 무선랜이 가능한 지역에서 VoIP 전화기를 이용해서 통화를 해봤던 경험이 있거나 어느 지역에 무선랜이 안정적인지에 관한 정보까지 사용자끼리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KT '유료 네스팟' 설자리가 없다

시판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은 무선랜이 지원된다. 때문에 캠퍼스나 커피숍, 건물에서 언제든지 무선랜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물론 '공짜'다.


특히 최근에는 무선랜을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등장했다. 무선랜이 내장된 삼성전자의 T옴니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이미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아이폰' 국내 시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KT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KT 관계자는 "무선랜 서비스인 네스팟은 유료인데 비해, 아이폰은 무선랜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서 아이폰 시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KT의 넷스팟 가입자 수는 2005년말 40만2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 말에는 34만6000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무선랜 대항마가 없다?

무선랜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와 3세대(3G) 이동전화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듀얼밴드 듀얼모드(DBDM)' 단말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KT는 이 제품에 지원되는 무선랜 기능을 놓고 아직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듯하다.

KT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되는 휴대폰은 무선랜 내장이 필수"라며 "그러나 인증받지 않고(무료로) 무선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하더라도 아이폰내 무선랜 기능을 무인증 상태로 사용토록 해야할지도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휴대폰의 무선랜 기능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에 이용자들의 반발은 매우 거셀 전망이다. 이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무선랜을 무료로 이용하는 해외 소비자들과 역 차별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SK텔레콤 T옴니아 가입자는 이미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어, 무선랜 기능제한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KT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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