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세청장으로 내정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종 일관 말을 아꼈다. 특히 국세청의 개혁 또는 쇄신 방향이나 국세청 조직장악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원론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2일 서울 반포동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후보자는 자신이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내정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특별한 주문은 없었고 그저 “잘 해 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통보를 받은 뒤 백 후보자는 혼자 산행을 했고 "가는 것은 보낼 수 밖에 없고 오는 것은 맞을 수 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고 삶이라고 여겨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털어 놓았다. 백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맡겨 놓으면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장관급이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백 후보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월급이 깎일 것’이라고 굉장히 강조했었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공정위의 위상을 고려할 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옮기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백 후보자는 국세청 수장으로서의 포부를 묻자 "국세청의 도덕성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전 직원이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여서 누구보다 고민하는 것은 국세청 직원들일 것이므로 고민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직원들로부터 탁월한 조직관리력을 평가받아 ‘자랑스런 공정인’에 뽑혔던 백 후보자는 "조직장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공정위에서 직원들과 한마음 한몸이 되려고 했듯이 국세청에서도 조직과 한마음 한 몸이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조직론을 피력했다.
백 후보자는 국세행정과 관련한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에 대해선 "왜 이렇게 복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올 때도 같은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금융)이 아니고 경험한 분야가 아니어서 더 노력하고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백 후보자는 "다만 경제학에 있어 재정과 세제라는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파트였으므로 이 부분을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항상 마음속에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백 후보자는 "항상 MB철학에 대해 이해하려고 해 왔고 이 정권의 성공과 국가발전을 위해 고민해 왔다"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소신과 원칙을 저버린 정책결정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국세청장으로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부의 성공 위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새로운 자리에 가서도 MB맨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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