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구는 또다른 입구

김경환 기자 | 2009.06.22 09:38
글로벌 경제위기가 드디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일까?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출구전략'이란 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쓰는 일종의 위기 탈출 전략이다. 그러나 전환 시점과 해법에 따라 `출구`는 또다른 `입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결정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잘못된 정책 선택의 결과이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세계로 불길이 번진 금융위기를 틀어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 유동성 투입에 나섰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마치 헬기에서 돈을 뿌려댄다는 비유에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시점이다.

금융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자 각 국들은 금융기업들에게 천문학적인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일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국유화가 이뤄졌다. 악영향을 우려, 우선 살리고 봐야한다는 시급함이 대의명분에 앞서는 `비정상`도 용인됐다.

대공황을 능가할 뻔했던 이번 위기를 이 정도에서 막고 있는 것은 국제 사회의 선제적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 국들은 숱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위기 대응에 경험을 쌓왔지만 이번 위기에서처럼 전세계가 집단적으로 신속히 대응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 두고 두고 되풀이 될 위기 대응의 종합 교범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 덕분인지 최근 경제 위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전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 최악을 지나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 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요즘 넘쳐나는 유동성이 새로운 위기의 화근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이다. 혹자는 우유 한병에 1억 달러가 되는 짐바브웨식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미국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닥터 둠` 마크 파버가 주인공이다. 파버는 거대 재정 적자와 통화 완화 정책을 가진 사회의 경우,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물가 상승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향후 5~10년 안에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들어설 것이라며 이 시기 연간 물가 상승률은 10~20%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루비니 누리엘 뉴욕대 교수 역시 인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들의 견해 또한 당장 유동성을 옥죄야 한다는 주장이라기 보다는 이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뜻에서 화두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세계는 유동성 회수를 둘러싼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봉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잘못된 선택은 모처럼 돋아난 회복의 싹을 꺾는 선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끝내기 묘수를 찾아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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