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류 회장은 지난 4월30∼5월13일(실제 거래일 기준) 풍산홀딩스 주식 6만7500주를 장내매도했다. 당시 주가가 1만8000∼2만2000원 수준에서 움직였음을 고려할 때 약 13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판 셈이다. 이번 주식 매도로 류 회장의 지분율은 종전 36.84%에서 35.98%로 낮아졌다.
류 회장의 장녀 성왜씨(19)와 아들 성곤씨(16)는 4월30∼5월28일 장내에서 각각 주식 2만주씩을 매수했다. 당시 주가도 1만8000∼2만2000원 선이었음에 비춰 각각 약 4억원씩, 총 8억원 어치 가량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성왜씨와 성곤씨의 풍산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1.40%에서 1.66%로 높아졌다.
성왜씨와 성곤씨 모두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자녀들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류 회장의 지분 매각 대금 가운데 일부가 현금 증여를 통해 성왜씨와 성곤씨의 주식 매입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현행 세법상 현금과 상장 주식에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기준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같다.
주식을 팔아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뒤 다시 주식을 사도록 할 경우 그만큼의 거래세와 거래수수료가 들지만, 증여 당시 주가가 전·후 4개월 간의 평균 주가보다 낮다면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상장 주식에 증여세를 물릴 때에는 전·후 각각 2개월씩 총 4개월 간의 평균주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류 회장의 자녀들이 주식을 사들이긴 했지만 류 회장과 그 자녀들을 다 합쳐보면 최근 5억원 어치의 풍산홀딩스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 된다. 풍산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된 사항 외에는 밝힐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의 부친인 고 류찬우 선대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을 때 생긴 상속세, 과거 계열사 유상증자 대금 등이 류 회장 일가가 지분을 현금화한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파트장은 "류 회장 일가가 과거 상속 과정에서 남은 상속세 등 세금 부담과 계열사 출자 과정에서 생긴 자금 부담 등을 안고 있다면 충분히 지분을 팔만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전승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류 회장이 현금을 필요로 해 판 것이라면 몰라도 풍산홀딩스의 주가에 대해 전망을 갖고 주식을 판 것이라면 단기적으로 풍산홀딩스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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