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슈팅 부동산시장, 대출로 옥죈다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9.06.26 07:26

[머니위크]정부 집값 안정대책 시동

정부가 부동산관련 대출을 제한할 움직임이다. 우선적으로 꺼내든 카드는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와 같은 대출 규제다. 금융당국에서 현재 검토 중인 이들 규제는 부동산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다. 그만큼 이들 금융 규제는 주택담보대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눈에 띄는 것은 적용 범위다. 정부는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이들 대출 규제를 일반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 같은 규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보다 금융권 부실의 사전 차단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물론 부동산 과열과 가계 부실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금융 안정을 사수해야 할 정부 입장에선 이러한 '선(先)조치'가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대출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결정하더라도 그에 따른 후유증과 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금융규제 방식은

정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현재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LTV와 DTI 등 대출 제한 조치를 비투기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즉 LTV와 DTI 규제를 일반적인 금융규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만 해당되는 대출 제한이 일반지역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정부는 다만 "서민층의 주택 마련이 더욱 힘들게 될 것"이란 지적을 우려, DTI 대출 한도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10%포인트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하고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감독 검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LTVㆍDTI란

LTV(Loan To Value ratio)는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자산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지를 비율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LTV가 60%라면 시가 3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1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은 이보다 적다. 돈을 갚지 않아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처분 할 것에 대비, 방 1개당 소액임차보증금 등을 빼고 대출해줘서다.

LTV 규제는 해당 주택 담보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소득이 없는 사람도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소득 없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부동산 투기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제도가 DTI(Debt To Income ratio)다. DTI는 연간 총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즉 LTV처럼 주택가격에 비례해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수요자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40%를 적용하면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데 비해, 같은 비율의 DTI로 하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든다. 연소득 5000만원 대비 40%인 2000만원을 원리금 상환하는데 쓸 수 있어 1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기타 부채 없이 이자율 6% 고정금리 적용)으로 할 때 1억5000만원가량을 빌릴 수 있다.

이처럼 DTI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고 소득이 많을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이 늘어난다. 다만 상환기간을 늘리면 연간 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규제 카드 왜 꺼내들었나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아직까지 실물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칫 금융 부실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폭등하자 금융권이 대출을 늘리며 시중에 다시 돈보따리를 대거 풀 조짐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금융권의 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부로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솔솔 피어오르고 있는 '9월 위기설'도 정부의 대출 옥죄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 '3월 위기설'을 금리 인하와 구조조정 시기 조정으로 피해간 정부 입장에선 가계 부실과 구조조정을 축으로 한 '9월 위기설'이 앞으로 경제정책을 펴나가는데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정부로서는 LTV나 DTI와 같은 금융규제가 얼마나 도움이 됐었는지 잘 알고 있기에 상당기간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곧바로 이들 대출 규제를 강화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하반기 경기회복 여부가 중요하고 자칫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시행보다는 여론 수렴을 거쳐 충분한 보완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시장 크게 제한받을 듯

최근 상황으로만 본다면 부동산시장에는 이미 투기적 성향의 수요가 대거 유입돼 있다. 대출을 제한받고 있는 강남권 외에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들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단기간 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에도 불구, 잇따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외지인이 40%를 웃돌 정도로 단기 차익을 노린 수요층이 대거 몰렸다.

그만큼 과도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음이 분명한 셈이다. 지나친 기대감은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 재건축단지가 수억원씩 오르는가 하면, 여의도 일대 아파트도 개발 호재를 무기로 호가를 대폭 올리고 있다.

정부가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이다. 즉 실물 회복이 아직 안된 상태에서의 이 같은 '오버슈팅'(Overshooting)이 결국 시장의 비정상적인 구도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방식이든 대출 규제는 수요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금리와 유동성에 민감한 투자수요보다는 소득과 실물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실수요자들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분양시장에서는 대출의존도가 높은 중도금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그만큼 조달 과정에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타깃 솔루션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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