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부자' 거부말고 '바른 평가'를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송선옥 기자 | 2009.06.19 10:26

[2009 당당한 부자] 불황에 차가와진 부자관.. 자선도 색안경

기부 활성화로 양극화 해소 마중물 삼아야

당당한 부자들이 숨고 있다. 부자들을 곱게 보지 않는 기존 시선에다 글로벌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사람들의 마음도 각박해진 여파다.

지난해 기준으로 10년간 기부순위 1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한 '국민 여동생' 문근영씨는 끝내 자신의 선행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또 우려가 현실이 돼 관련 사실이 공개된 후 그는 갖가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당당한 부자는 누구고,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2004년부터 조명해온 머니투데이의 기획 '당당한 부자 시리즈'를 통해서도 이같은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자인식 여론조사'에서 부자에 대한 평균 평가지수는 10점 만점에 4.5점에 그쳐 3년째 낮아졌다.

당당한 부자의 기준이 좀더 엄격해진 탓도 있다. 경기침체로 일터를 잃고, 증시 폭락과 집값 하락으로 자신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을 보다보니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하지만 1세대 창업자인 재벌 총수나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한 자수성가형 부자들을 보는 시선은 더 따뜻해졌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나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또 30여년 전 수만원을 벌기 어려워 타국(한국)에서 엑스트라와 스턴트맨을 전전하던 배우 청룽은 무술실력만큼이나 두드러지는 값진 기부로 주목받았다.


그들의 기부는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촉촉함 그 자체다. 그들 만큼의 돈은 아니지만 한푼두푼 모은 돈을 내놓는 이도 많다. 수천만원의 전재산을 내놓은 김밥할머니들이나 자신도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굳이 떠날 때는 장례비용이라도 남겨놓겠다는 우리 이웃도 있다.


'마중물'이라는 말이 있다. 우물물을 길어올리거나 펌프질을 할 때 더 많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한다. 마중물이 우물이나 펌프에 부어지면 몇 백배, 몇 천배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사회의 부(富)가 우물이라면 자연히 '마중물'이 필요하다. 한 바가지의 물이 대지를 적실 물을 퍼올리는 것처럼 이제 우리 사회도 부자의 '마중물'이 사회를 적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경제위기로 "나 살기도 어려운데"라는 말이 횡행하는 사회가 됐다. 부자에 대한 평가가 박해졌고 마중물마저 더러운 물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부자의 '마중물'은 단순히 물을 끌어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나도 부자가 돼 저런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는 동인을 부여한다. 목이 마르다고, 자신의 부를 조금이나마 더 키우려는 욕심에 표주박의 마중물까지 마셔버리거나 엎질러버리면 우물과 펌프는 영영 말라버릴 수 있다. 철없는 아이가 우물가에 놓인 바가지의 마중물로 손을 씻은 뒤 물을 쏟아버리기라도 한다면 온 마을사람들이 낭패를 보게 된다.

머니투데이는 마중물이 우물을 채우고 메마른 땅을 옥토로 만드는 사회가 도래하는 날까지 '당당한 부자'들을 계속 소개해나갈 것이다. 또 마중물까지 말려버리며 기부의 발목을 잡는 제도적 허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기부하고 싶은데도 재단을 만들기 어려워, 세금이 두려워 뜻을 접는 이들이 있다. 장학재단에 출연된 재산이 세금 때문에 압류된 일도 있다. 선의는 선의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데도 말이다.

부자를 시샘과 시기의 대상이 아닌 존경과 친근함의 존재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는 멀지 않았다. '마중물'이 가뭄을 해결하고 꽃 한송이를 피우고, 사막이 숲이 되고 옹달샘이 강물이 되는 그날은 반드시 우리 곁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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