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권, 거스름돈 됐네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 2009.06.24 09:44

[머니위크 커버스토리]5만원 경제학/⑥ 소비문화의 변화

가정주부 김모(43)씨는 5만원권에 새로움과 신비감도 느끼지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평소 3만원씩을 용돈으로 받던 딸이 5만원권과 비교하며 3만원의 가치를 자칫 낮게 볼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3만원 대신 5만원권 한장으로 돈 거래의 기준이 바뀔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일상생활에 소소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뭐 5만원권이 나온다고 해서 별 다른 변화가 있겠어?"라며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문화의 변화는 한순간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고 일상에 침투하기 마련이다.

◆ "1만원권의 몰락"

김씨의 걱정거리는 자녀의 용돈뿐만이 아니다. 명절 날 조카들에게 쥐여 줄 세뱃돈, 결혼식 축의금 등 여러 가지 사소하게 나가야 할 돈의 기준이 5만원권 한장으로 차츰 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결혼식이 많이 몰려있어서 축의금이 부담될 때 3만원만 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5만원권이 생기면 1만원권 세장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욱 작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갑 속에 1만원짜리 다섯장을 넣는 대신 5만원권 한장을 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지갑의 무게는 가벼워지겠지만, 그만큼 돈 씀씀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1000원권과 5000원권뿐 아니라 1만원권까지 거스름돈으로 서서히 인식될 전망이다. 1만원권이 소위 '잔돈'으로 몰락할 수 있는 것.


소규모 가게 및 식당 주인들과 택시 운전사들은 5만원권 발행으로 귀찮아 질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는 조모(30)씨는 "5000~1만원짜리 식사를 한 후 5만원권으로 식사값을 계산 할 수 있으므로 1000원뿐 아니라 1만원권도 잔돈으로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5만원권이 발행돼 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귀찮아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이모(35세)씨는 "보통 대리운전비는 만원 단위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거스름돈이 많이 필요하진 않았다"며 "앞으로 요금 계산을 5만원으로 하는 손님이 늘다보면 1만원권을 거스름돈으로 많이 갖고 다녀야 할 것"이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반갑다 5만원권"

물론 5만원권 발행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용카드보다는 현금 사용을 선호했던 사람들.

회사원 장모(35)씨는 신용카드 사용은 빚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하며 오직 현금만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5만원권은 지갑의 두께를 얇게 할 수 있는 편리한 화폐다.

장씨는 "평소 1만원권을 여러장 넣고 다니다보니 지갑이 두꺼웠다. 10만원 수표는 사용할 때 불편해 되도록 갖고 다니지 않았다"며 "5만원권이 발행돼 현금을 관리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고 반겼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가방 및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김모(36)씨 역시 5만원권 발행이 영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보통 신용카드보다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시장 판매상들은 5만원권 발행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일부 판매상들은 4만9000원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더욱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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