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비정규직법, 비정규직의 생각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9.06.18 15:38

농협성남유통센터 방문.."4년 연장 법개정 조속히..정규직 전환·차별시정도"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네달 뒤에는 그만둬야 합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하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식자재 배송팀 직원)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봤자 결국 같은 일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몇 년 뒤에 해고되면 더 늙은 나이에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하는 거죠."(식품특산팀 매장관리 보조 직원)

비정규직법 도입 만 2년이 되는 7월이 얼마 남지 않은 18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농협성남유통센터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약 1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곳은 계산원, 판촉직원, 매장 업무보조원, 청소원 등 수많은 비정규직의 일터다.

농협에서 채용한 직원 342명 중 72%인 246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이들은 보통 1년씩 기간을 연장해 평균 5년 정도를 일해왔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 시행 만 2년이 다가오며 불안이 커졌다.

다음달부터 기업은 사용기간 2년이 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해고해야 한다. 이 유통센터에서 이달 말에만 사용기간 2년이 되는 사람은 10명이다. 7월에도 6명, 8월에도 24명 등으로 7월부터 올해 말까지 60명이 사용기간 2년을 맞아 해고 위험에 처한다.

청과물 관리팀의 한 직원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든 4년 연장이든 빨리 결론이 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경영기획부의 한 직원은 "하루 빨리 법이 개정됐으면 좋겠다"며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그 기간 동안 자기 개발을 통해 이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법적 보호 수준을 조금 높여 줬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이 곳 비정규직은 올해 안에 일자리를 잃는 일이 없도록 일단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4년으로 연장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4년 연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대해서는 더 과감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수산팀에서 선어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당장 퇴사해야 할 판인데 4년 연장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 교육해야 하는 회사나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나나 똑같은 입장일 것"이라며 "4년 기간 연장이라도 우선 도입하고 그 다음에 정규직 전환 등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건의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곳 비정규직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뒤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일자리를 다른 근로자에게 넘겨주고 나가야 한다면 비정규직 보호라는 당초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용기간 연장과 비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쌍용차에서 900명을 구조 조정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규직 900명은 문제이고 비정규직 수만명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며 "노조가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돼 비정규직 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을 우선 시행한 뒤 문제가 나타나면 개정하자는 얘기가 있다"며 "시행하면 희생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현실을 보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에 대해서는 "기업 사정을 볼 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좋겠지만 재정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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