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수들이 녹색 밴드를 찬 이유는?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9.06.18 10:36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가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녹색 손목 밴드를 찬 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관련 기사를 다룬 미국 인터넷매체 '블리처리포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17일 저녁. 세계인들의 시선이 한국의 상암벌로 향했다.

한국과 이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B조 8차전 경기가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 손목에 녹색 밴드를 찬 몇몇 이란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먼 이국땅을 찾아 축구 경기를 치러야 했던 이란의 일부 선수들은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미로 손목에 녹색 밴드를 찼다. 주장인 메디 마다비키아가 앞장섰으며 이들은 전반전 내내 밴드를 찬 채 그라운드를 뛰었다.

지난 12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파 후보인 무사비 전 총리가 참패하고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집권하자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며 대규모 시위가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이란 선수들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과 시위대 유혈진압 등을 비판하고 개혁세력을 지지하기 위해 전세계적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적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또 상암 경기장을 찾은 일부 이란 관중들도 녹색 헤어밴드와 손목밴드를 차거나, 무자비 전 총리의 포스터를 들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녹색 밴드는 이란 현지에서 무자비 전 총리 지지자들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결국 전반전 종료 후 심판진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밴드를 벗어야 했지만 이들의 행동은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FT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비록 월드컵을 잃었지만 우리는 이긴 것"이라는 이란 시민의 소감을 전했다. 또 18일자 아시아판 신문에서는 1면에 선수들의 사진을 게재하며 '손목을 감싼 심장'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한국과 이란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조1위를 기록,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반면 이란은 조4위에 그쳐 탈락했다.

아울러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는 민병대의 진압으로 현재까지 최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8일 대규모 추모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날 집회가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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