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이퍼인플레 가능성 없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9.06.17 10:08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 오나-4]

-자금 생산으로 유도해 인플레이션 차단
-금리인상은 경기회복후·선제 조치 양분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초인플레이션'(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금리인상 시기는 '경기회복 확인 후'와 '선제적 조치'로 엇갈렸다.

머니투데이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해 국내 경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가능성 '제로'=전세계적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봤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임금 상승 등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으로는 불가능하다. 유동성 확대 등 초과 수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현실화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통화유통 속도도 낮아 유동성 과잉을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지 않고 국가채무 등 정부의 재정상황도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김윤기 대신증권 경제조사실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전히 하이퍼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화폐에 대한 신뢰가 높다"며 "어지간한 정책실패에도 화폐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는 최근 짐바브웨나 1920년대 독일과 같은 연간 수천%, 수만%의 인플레이션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장기간 저물가 시대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진국에선 두자릿수 물가상승률만 돼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체감될 수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한국에선 높은 한자릿수의 인플레이션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 연구실장은 "국내에선 6~7%의 물가상승률만 지속돼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도 "연간 5% 이상의 물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고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했다.


◇인플레이션 차단 해법은 자금흐름 변경=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지만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통안채 매각 등 전통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에 있는 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면 선제적이고 공식적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취하겠다는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산업현장에선 유동성이 부족한 만큼 자금흐름을 바꾸는 방안을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가면 버블이 생겨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단순히 통화를 흡수하는 방안이 아니라 통화가 생산 쪽으로 흘러갈 수 있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돈이 돌지 않는 곳에 유동성이 가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대출 규제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기, 경제회복 이후 vs. 선제적 조치=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선 '경기가 좋아진 이후'와 '시차를 감안한 선제적 대응'으로 전문가 의견이 갈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한 후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간으로 마이너스고 올해 안에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날 만큼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올해가 지난 후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리정책은 9개월 후 효과가 나타난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좀더 구체적으로 정책조율 시기를 제시했다. 장 실장은 "오는 9월이나 10월쯤 시장에 긴축신호를 주고 11월이나 12월에 실제로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시기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서둘러 금리를 올리면 실업이 사회문제화로 대두할 수 있는 만큼 금리인상은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고용보다 물가와 부동산 안정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많아지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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