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출근투쟁 vs 옥쇄파업 '비극의 현장'

평택(경기)=김보형 기자 | 2009.06.16 14:33

쌍용차, 공장진입 시도 첫날 노조와 대치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쌍용차 직원들이 16일 오전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에 출근을 강행키로 한 가운데 파업 중인 노조원의 가족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다.ⓒ홍봉진 기자
"4500명의 쌍용차 직원을 포함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당장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조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쌍용차 직원협의체)

"우리는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가족들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비수를 꽂지 마십시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1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펼쳐진 '파업중단 및 생산재개 촉구 결의대회'는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근로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격돌하는, 말 그대로 '비극의 현장'이었다.

통근버스를 나눠 타고 평택공장에 도착한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직원들과 서울 사무소 임직원 3000여 명은 "26일 째 계속된 옥쇄파업으로 1280억 원의 매출손실이 생겨 회사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파업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평택공장 근로자인 기능직 대표 전 모씨는 호소문을 통해 "기구한 운명으로 한 울타리를 두고 서로가 마주서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이 개탄스럽고 안타깝다"며 "원망도 억울함도 이제 잠시 내려놓고 눈앞의 현실보다는 쌍용차의 미래를 내다보고 파업을 철회하자"고 말했다.

상당수의 출근투쟁 참가직원들은 직접 구호를 외치는 대신 뒤편 그늘에서 삼삼오오 모여 노노갈등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평택공장에서 파업 전까지 근무했다는 쌍용차 직원은 "회사가 살아야 하는 건 맞지만 아는 얼굴들을 마주보고 차마 싸우지는 못 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조 측과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직원들은 본격적인 출근 시도 전부터 나뉘어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공장을 점거중인 노조 측은 "사측이 일당 20만 원을 주고 수백 명의 용역깡패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흰 소복을 입은 채 출근투쟁에 나선 쌍용차 임원들에게 "회사를 망친 게 누군데 죄 없는 노동자들만 죽어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측과 직원협의체측은 "노조의 용역깡패 동원 주장은 경찰의 채증 팀을 오해한 것이며 오히려 노조 측이 쌍용차와 관계없는 '좌파세력'을 끌어들여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맞섰다.

곽상철 평택공장장(전무)은 "죽을병에 걸린 환자가 있는데 이를 격리시키지 않으면 모두가 감염돼 다 죽게 된다"며 "지금 우리는 순교하는 마음으로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대책위원회와 노조 측이 인간 띠로 공장진입로와 출근투쟁 인도차량을 막아서고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 기동대 500여 명이 양측을 갈라놓으면서 공장 진입이 무산됐다.

직원협의체는 공장 정문 진입이 무산되자 평택공장 후문까지 도보로 이동해 재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출근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류재완 쌍용차 상무는 "회사가 망하고 난 다음에는 노조고 뭐고 다 필요 없다"며 "노조를 자극하는 외부세력이 공장을 떠날 때까지 출근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조 측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을 회유 협박해 노노갈등과 공권력 투입을 애걸하는 사측의 전략에 속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장안에서 옥쇄투쟁을 이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돌 현장에는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등 노동운동 단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학생운동 단체들도 참여해 앞으로 물리적 충돌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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