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 적정 외환보유액과 외환 정책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2009.06.17 08:26
우리나라는 선진국은 물론 다른 신흥국보다 외환시장이 취약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되고 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발행 통화인 원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는데 기인한다.

우리나라보다 자본시장이 덜 발달된 것으로 인식되는 중국 대만 태국 등 다른 신흥국들은 오히려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국가위험도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의 경우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개도국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위기 재발과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3000억달러 이상 수준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통상적인 기준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 3개월치 상품수입액과 유동외채 전액, 그리고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투자의 일정부분을 합해 계산하면 30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가 경험한 9월 위기설, 3월 위기설 등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을 우려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과 외화유동성 부족 상황들을 감안할 경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적정 외환보유액을 논의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위기대응능력과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위해 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외환보유액 확대가 낳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외환보유액 확대는 통화공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또는 불태화정책에 따른 통안증권 이자비용 증가), 수입물가 상승, 외환시장에서 외화유동성 감소 등을 통해 금융기관, 기업, 가계에 여러 가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둘째, 특정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목표로 인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이를테면 300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 확충을 목표로 시장개입을 하는 외환정책은 환율의 방향성에 대한 투기적 거래를 유발해 오히려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 확충은 투기적 거래로 발생하는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는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화자금사정이 개선될 경우 환율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증가, 외환당국으로부터 외화유동성을 공급받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상환 증가, 외환당국의 외화운용수익 증가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바람직한 외환정책은 외환시장 안정, 즉 환율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달러를 발행하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을 수단으로 시장에 직접 대응하여 외환시장 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 펀더멘털을 튼튼히 함과 동시에 외화유동성 측면에서 통화스와프 확대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시장 개방과 자유화 기조에 역행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외증권투자, 해외부동산투자 등 외화유출과 관련한 외환자유화 조치를 재검토하고 인센티브 또는 관세 부여 등으로 장기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단기투기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외환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매번 언급되는 외채관리를 위해 금융기관들의 실수요가 아닌 외형확대 경쟁 등에서 발생하는 단기외채는 외화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외적으로는 원화의 국제화를 추구하는 한편 중국 및 일본 등 우리나라와 무역규모가 큰 역내 교역국들과 무역대금 지급을 원화 또는 해당국 통화로 직접 결제함으로써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