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신울진 원전입찰 '진흙탕싸움'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9.06.15 17:48

업체간 흑색선전 난무·특정기업 탈락 외압…입찰방식도 문제로 지적

이달 16일 사실상의 시공사 선정을 앞둔 총 사업비 1조5700여억원 규모의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공사 입찰을 둘러싸고 건설기업간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입찰 과정에서 참여 건설사간 흑색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특정기업을 탈락시키기 위한 외압까지도 서슴지 않는 등 업계 상도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 입찰에서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등 국내 1~3위 대형 건설사가 각각 주간사를 맡은 3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컨소시엄 참여업체도 포스코건설과 두산중공업(이상 대우 컨소시엄), 대림산업과 금호산업(이상 삼성 컨소시엄), GS건설과 SK건설(이상 현대 컨소시엄) 등으로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로 구성됐다. 그만큼 업체들간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2007년 2월 신고리 3·4호기 입찰 이후 2년여 만에 나온 대형 원전 건설공사로, 공공공사 수주에 목말라하는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절대 놓쳐서는 안될 사업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로, 해외수출 모델이란 점에서 입찰 참여 건설사들은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주 여부에 따라 베트남이나 알제리 등 해외에서 추진되는 원전 프로젝트 참여가 결정될 수 있어 업체들마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


문제는 업체간 경쟁이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동안 사라졌던 '네거티브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입찰 참여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업체 CEO에 '입찰 포기'를 종용하는가 하면, '양보' 형태를 빌어 우회적으로 '포기하라'는 식의 압력도 가하고 있다.

입찰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주처인 한수원은 이번 입찰 공고를 통해 원전 공사 경험이 없는 건설사를 포함하도록 주문했다. '보다 많은 기업에 기회를 준다'는 명분이지만, 원전의 안전성과 프로젝트의 중요도가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란 의견이 상당하다.

한수원이 이번 입찰에서 채택한 '최저가낙찰제 1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다. 최저가 1방식은 참여 기업(컨소시엄)이 제출한 각 공종별 투찰 금액 평균치의 일정비율(통상 80%) 밑으로 투찰할 경우 부적격 공정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이같은 부적격 공정이 전체 공정수의 30%가 넘을 경우 해당 업체는 입찰에서 곧바로 탈락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입찰 참여업체간 실력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기보다 '운찰'(운에 따라 낙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특정기업을 탈락시키기 위한 '담합'도 가능할 뿐 아니라, 자칫 저가낙찰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전 공사는 단순히 일감 확보라는 차원을 넘어 선진화된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업체간 과열 경쟁을 조장하기 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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