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씨 지분 매각 엇갈린 행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06.15 16:49

신한지주 매각 안해, 일부 보고펀드와 이해 상충 우려도

은행들이 비씨카드 지분의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은 비씨카드 인수를 재추진하는 보고펀드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나머지 주주은행들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곳도 있어서 보고펀드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신한 "노(No), 우리 "무기한 보류"=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고펀드가 지난주 비씨카드의 자산실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는 보고펀드에 비씨카드 지분(14.9%)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최종방침을 통보했다.

비씨카드 지분 27.7%를 보유한 우리은행은 "매각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무기한 보류'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가 신한지주, 또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가져오지 못하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기본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달 말 하나은행(16.8%) 및 SC제일은행(14.9%)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확보한 31.7%의 지분은 그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비씨카드 지분매각에 부정적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면 카드시장 전반에 대한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삼성 등 전업계 카드사들에 비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독자적인 영업네트워크가 부족하다. 상품개발 또한 비씨카드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오랫동안 활용해왔다. 비씨카드를 통해 얻는 국내외 시장정보와 서비스 또한 놓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은행 "보고펀드, 출자도 신경쓰여"=일부 은행인 보고펀드와 이해관계 상충을 우려하는 것도 지분매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씨카드의 주주은행들은 보고펀드에도 자금을 출자한 곳들이 많다. 우리은행은 보고펀드 지분 13.79%(장부가 492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지분도 각각 14.97%(562억원) 7.98%(286억원) 등이다.

이들이 비씨카드 지분을 보고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매각가격 산정이 잘못되면 '헐값매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비씨카드 지분매각을 결정한 하나·SC제일은행은 보고펀드 지분이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비씨의 네트워크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모험"이라며 "카드사업 분사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선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펀드에는 출자은행들이 투자위임권을 부여한 상태라 이해상충문제는 없다"면서도 "외부 시각에서 봤을 때 (지분매각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는 보고펀드의 지분확보 보다 비씨카드의 중장기 사업전략 변화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지분확보 문제는 비씨카드의 기업공개(IPO) 시점까지만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펀드의 지분변동이 중요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보고펀드 인수를 계기로 비씨카드가 어떻게 변화하느냐"라며 "보고펀드가 최근 비씨카드 경영진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중장기 발전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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