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그리드, 산업지도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09.06.17 11:05
- "스마트 그리드는 저탄소 녹색성장 가능케 하는 인프라"
-정부, 2030년 세계 시장 30% 점유, 수출 480억달러 달성 계획
-한-미 양국 업계, 자금조달 공동전시회 등에서 공조 모색

# 2015년 7월 21일 밤 한절약씨(가명ㆍ38)가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TV를 켜자 거실 조명 밝기가 약해진다. 숙제를 하고 나온 딸이 에어컨 전원 버튼을 누르자 TV 화면 한편에 전기 소비량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상승하며 초록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뀐다. 한씨가 '계속' 버튼을 누르자 그래프가 사라진다. 가족 모두가 잠든 새벽 값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세탁기가 가동된다. 가정 내 전기소비를 최적화해주는 스마트 계량기를 자동모드로 작동시켜 놓은 것이다.

# 다음날 출근한 한씨는 한국전력이 아닌 삼성동 무역센터로부터 사무실용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 코엑스빌딩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저장한 잉여전력을 인근 사무 빌딩에 공급키로 한 것이다. 관련 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전력망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신청하면 된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가 만들어낼 미래상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향후 20년간 연관 시장 규모가 3조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산업지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인터넷이 그러했듯이 일상생활에도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그리드란 이명박 정부가 기치로 내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간망, 즉 인프라 스트럭처(Infra Structure)이다. 원자력ㆍ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원을 분산해 전력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고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의 전력 소비를 자동으로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능형 전력망'이라 부른다. 녹색성장의 핵심이 사실상 스마트 그리드란 말도 나온다.

스마트 그리드는 발전에서 송ㆍ배전에 이르는 중전 설비의 업그레이드 교체 수요와 가정내 전력 소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전력 소비를 자동으로 최적화 해주는 지능형 계량기 등의 시스템 수요를 유발시켜 경제성장을 견인할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 지출의 일환으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또 원자력ㆍ풍력ㆍ태양광 발전의 보급을 활성화시키고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절전형 가전과 전기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발전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등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전력 공급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8조원의 시장과 5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 2030년이 되면 연간 480억 달러의 관련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핸드폰처럼 세계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려 수출 효자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체제 구축이 완료되면 국가 에너지 소비가 3% 절감되고, 가정내 전력 소모가 최대 1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1000메가와트(MW)급 원자력 발전소 7기에 해당되는 에너지가 절약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제주도를 통합실증단지로 선정한 데 이어 8월 중 분과별 로드맵 초안을 만들고, 11월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는 15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캐피털 힐튼 호텔에서 미국스마트그리드협회(GWA)와 양국 스마트 그리드 산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측을 앞으로 펀드 조성과 공동 전시회 개최 등에서 서로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KSGA는 LS산전 현대중공업 효성 LG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등 관련업체들이 모여 지난달 21일 출범됐다. 구자균 LS산전 사장이 회장을 맡았다.

협회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이 3조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의 영속성을 갖는 위해서는 민간 업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실시간 가격제도가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한국전력의 전력 독점 공급체제도 경쟁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무엇보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가 하는 문제도 풀어야 과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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