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ㆍ태양광 발전, 스마트 그리드 타고 뜬다

이상배 기자, 최석환 기자 | 2009.06.23 14:16

[녹색성장, 산업 지도를 바꾼다](5부); 신재생 에너지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성산 일출봉이 있는 동쪽을 향해 30분 정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넓은 백사장의 월정리 해변이 펼쳐진다.

오는 7월이면 이곳에 최대형 바람개비 한개를 세우는 작업이 시작된다. 두산중공업이 만든 3MW급 육해상 공용 풍력발전기다. 국내에 이미 깔려있는 750KM급 육상 풍력발전기들의 4배 짜리 용량이다. 바람개비 날 하나의 길이가 44미터에 이른다. 육상으로는 실어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두산중공업의 이 풍력발전기는 약 1년간의 성능테스트를 거쳐 2010년 바다 위로 옮겨 심어진다.

풍력발전기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곳은 두산중공업만이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3㎿급 육상용, 5㎿급 해상 풍력발전 설비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9월까지 전북 군산시 군장 국가산업단지내 13만㎡(약 4만 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완공하고,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통상 3MW를 넘어서는 초대형 풍력발전 설비의 경우 육상에는 설치가 어려워 해상 설치가 불가피한데, 이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중공업계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해상 풍력발전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 가운데 풍력발전기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효성이다.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기어드 타입의 750kW급 풍력발전기 터빈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뒤 최근에는 2MW급 풍력발전시스템의 개발도 완료했다.

국제 신재생에너지 전문 연구소인 이머징에너지리서치(EER)는 향후 풍력발전 시장이 급속히 팽창, 2050년에는 해상 풍력발전 시장만 연간 16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EER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처럼 유망한 풍력발전 시장에도 약점이 있다. 바람이라는 것이 일정하게 불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바람도 안정적으로 불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다. 스마트 그리드 체계에서는 화력,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기저발전(중앙발전)과 풍력, 태양광 등 분산발전(지역발전)이 맞물려 돌아간다. 때문에 바람이 약해져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이 줄어들면 기저발전에서 그 만큼을 벌충해줘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스마트 그리드 체제 구축을 통해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도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풍력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kWh/g로 석탄(991kWh/g)의 약 71분의 1, 석유(782kWh/g)의 56분의 1, 천연가스(549kWh/g)의 39분의 1에 불과하다. 청정 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57kWh/g)과 비교해도 4분의 1에 그친다.

지금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석유와 가스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스마트 그리드 체제가 구축되면 풍력 발전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 그리드 체제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 때 풍력이 기저발전의 일부를 대체하게 된다"이라며 "이 경우 자연스레 석유와 가스의 사용량이 줄어 탄소 배출량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스마트 그리드 구축 계획으로 풍력과 함께 태양광 발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의 핵심인 '태양전지'와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에서는 OCI(옛 동양제철화학)와 KCC가 경쟁하고 있다.

OCI는 지난해 7월부터 선도업체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군산공장 부지 내 1만톤 규모의 제3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공장을 건설 중이다. 생산공장 신·증설이 완료되면 2010년부터 연산 총 2만65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 세계 폴리실리콘 업계에서 2위 업체로 부상한다는 게 OCI의 목표다.

KCC도 충남 대죽산업단지에 2010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산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연산 1만8000톤 이상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합작 계약을 체결해 폴리실리콘의 제조와 판매, 수출, 관련 부대사업 일체를 전담하는 '㈜케이에이엠(KAM)'을 설립했다.

KCC는 이미 지난해 폴리실리콘 공장부지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제품을 생산, 미국의 '솔라 파워 인더스트리스'사에 수출을 시작했다. '솔라 파워 인더스트리스'사와는 2013년까지 6년 동안 약 1억달러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석유화학과 SK케미칼, 삼성석유화학 등도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는 세계 10위다. 아직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국이 아니지만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의무 감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2.6%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총 소비전력의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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